이 브런치북 제목의 기원이 된 정가영 감독의 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2017)>는 제가 재미있게 본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의문문이라고 생각했던 영화 제목이 사실은 명령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발칙하고 귀엽다고 생각했는데요, 생각해 보니 저도 명령문으로 말하고 싶은 배우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주성치 영화를 접하고 주성치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지만 단 한번도 그 감상을 글로 정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 글로 정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말하냐고 물으신다면... 내가 뭘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를 매번 곱씹는 저로서는 주성치에 대한 글을 쓰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성치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꽤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생각이 희미해질 때쯤, 오랜만에 주성치 영화 <도협(1990)>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그 생각을 정말로 실천에 옮길 때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도협>은 제가 그리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의 주성치는 참 귀엽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주성치를 좋아하세요>입니다. 글쓰기는 늘 이렇게 저에게 충동적인 행위입니다. 무엇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써야 해소될 것 같은 그 충동이 저를 글쓰기로 이끄는 것 같습니다.
주성치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고민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주성치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은 사람이 했을 텐데, 내가 여기 몇 마디 덧붙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내가 참을 수 없어서 쓰는 글이라도 누군가 볼 수 있다 생각하면 내 글은 어떤 특별함을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제 브런치북은 제 손을 떠난 것 같으니 이 판단은 읽어 주시는 분들께 맡기는 수밖에요.
무언가를 썼다는 데 의의를 두는 글을 조금이라도 즐겨 주셨다면 그것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신기하고 행운인 일은 또 없는 것 같습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주성치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주성치 팬들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여전히 주성치에 대한 애정을 쏟아내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대를 초월하여 근래에 주성치를 접하고 좋아하게 된 분들도 계시겠죠(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는 이분들과 주성치 영화에 대한 열띤 대화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길 바라면서, 저는 주성치의 새로운 신작 <소림여족(少林女足 )>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주성치를 좋아하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