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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Flow김정숙
Dec 02. 2024
곡성 친구
풍성한 추억을 만들어 준 친구
친구는 산골에서 태어나서 산을 잘 다루었다.
막대기 하나 들고 앞장서서 걸어가며 우리를 이끌었다.
우린 대학생이었는데 마치 유치원생처럼 그 친구를 따랐다.
학교 뒤에는 산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때론 수업이 없는 시간에 우리는 끌려갔다.
치마를 입은 친구들은 난감했지만 거절하지 못했다.
대학에서 우리는 산골 대장을 만난 것이었다.
여름방학에는 친구들을 곡성으로 불렀다.
계곡에서 가재, 다슬기를 잡았다.
물이 많은 곳에서는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쳤다.
시원해지는 틈을 타고 물줄기가 내렸다.
계곡물에 빠져서 첨벙거리는 아이들이 되었다.
중간고사 시험이 끝나고 연휴를 맞은 어느 가을날,
우리는 친구가 초대하여 곡성에 갔다.
친구집에는 감나무가 있었다.
주렁주렁 빨갛게 익은 감들이 그림같이 예뻤다.
친구는 그 감을 따려고 나무에 올라갔다.
자기 집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 나무 기둥을 내주며 기어올라보라고 했다.
무섭지만 감나무로 올라갔다.
감나무의 감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광주리는 빨간 감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때 사진을 찍었다.
나뭇가지에 불안하게 걸친 두 다리는 후들거리는데.
겨울방학이 왔다.
산골 마을에 눈이 오면 녹지 않고 하얀 세상이 되었다.
친구는 참새 잡는 법을 알려주었다.
광주리에 줄을 묶고 길게 늘여 잡고서
방 안에서 뒷문을 열어놓고 참새를 기다렸다.
하얀 눈밭으로 총총거리는 참새가 걸어오다가
숨죽인 숨을 알아차리고 훌쩍 날아가버렸다.
그날 밤 우리 밥상에는 참새대신 토종닭이 앉아 있었다.
함께 먹던 군고구마가 흰김을 내니 더욱 노랗다.
처음으로 맛보았던 고들빼기 김치맛은 잊을수가 없다. 찾을 수도 없다.
밥을 비벼 먹으니 밥도둑이었다.
다시 오지 못할 사십여 년 전의 추억을 꺼내 드니 아가씨처럼 웃음이 퍼진다.
그 친구는 요즘 선운산을 오른다고 했다. 혼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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