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만 나를 붙잡는 것이 있었다. 나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무엇이 나를 넘어지게 했는지 눈을 떠보고 알게 되었다.
범인은 마당 한가운데로 가로질러 있던 빨랫줄.
빨래는 이미 거두어들였고 줄만 있었다.
친구들과 빨리 합류해서 놀 생각만 하고 달려가다가 빨랫줄을 발견하지 못했다.
일찍 들어오라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네 하고 대답을 하는 입 속으로 빨랫줄이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입으로 빨랫줄 그네를 탄 것이었다.
뒤로 넘어져서 머리에서 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아팠지만 놀라움이 더 컸기에 울음은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앞니가 빠지진 않았지만 잇몸이 떨어져 나갔다.
그 이후로 잇몸은 자라지 않았다.
껌이 접착제가 되어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어찌할까!!
그리고 두 번째 뒤로 넘어진 것은 둘째가 5학년때였다.
저녁밥을 먹 은 후 둘째와 운동을 하곤 했다. 달리기, 줄넘기, 걷기 등으로 서로의 건강을 챙기고 있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둘째는 줄넘기를 했고 나는 뒤로 걷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발을 떼려고 해도 움직여지지 않았고 멈추려고 해도 멈춰지지 않고 관성의 법칙에 의해 내 몸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일자로 뻣뻣하게 넘어졌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을 느꼈다. 뇌진탕이었다.
딸이 달려와 울면서 나를 부추겼다. 순간 부끄러워 집으로 가자고 했다. 남편을 보는 순간 울음이 터졌다. 너무 아파서.
뒷머리가 아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손을 대보니 피가 묻었다.
나는 아기처럼 울었다. 남편이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머릿속에 출혈은 없는 것으로 나왔다. 2주간의 약을 받아왔다.
집에 돌아오면서 의문이 생겼다. 왜 내 발이 떨어지지 않았을까를 되뇌게 되었다. 한참을 지나 아하~ 재빠르게 달려가서 신발을 보니 한쪽 바닥에 껌이 붙어 있었다.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다. 뒤로 걷기를 하다가 껌을 밟았고 껌과 신발이 진공상태를 이루어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원인은 껌. 내 잘못이 아니었다. 껌을 버릴 때는 껌종이에 싸서 버립시다!!
세 번째 살얼음판을 걷다 넘어짐 꽈당!!
나는 소외계층 사례관리사로 일을 한 적이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선물을 전달하고 안부를 살피는 일을 했다. 사고가 난 날은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고 있었고 추운 날씨였다. 두 명이 팀을 이루어 그 일을 하고 있었다. 골목길이라서 멀리 차를 세워놓고 동료는 차에서 기다리고 나는 선물을 전달하기로 하였다. 찾아가는 집은 골목을 돌아서 100미터 정도 되는 곳에 있었다. 약간의 경사진 곳을 지나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선물은 전해주는 마음이 너무 기쁘고 즐거웠다. 대문을 나설 때는 가벼운 몸과 마음이 되었다. 그래서 달음질을 했다. 그런데 그만 주르륵 띵~
한참 후 하늘이 보였다. 창피함이 몰려왔다. 누군가 보았으면 어쩌지? 하는 민망함을 감추고 싶었으나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 앉거나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평범한 대처를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아니 누구라도 지나가면서 나의 위급하고 민망한 상황을 발견해 주기를 바랐다. 함께 갔던 동료는 저만치 끝이 보이지 않는 골목 어귀, 차 안에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나는 스스로 일어나서 힘겹게 한발 한발 걸음을 걸어야 했다. 거짓 같은 울음소리인지 간절한 애절함인지 모를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걸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나를 구경하듯 천천히 날고 있었다.
가까스로 차가 있는 곳까지 갔다. 나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나는 차에 타자마자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동료는 깜짝 놀라며 이유를 물을 수 없는 위급함을 느끼고 응급실이 있는 병원으로 달렸다. 나는 엉엉 울면서 고통을 견뎠다. CT를 찍었다. 뒷머리에 외상은 있었으나 다행히 머릿속은 괜찮다고 했다. 통증은 한 달 정도 후에야 사라졌으나 후유증은 오래갔다.
스케이트를 배우다 그만 띠잉~
청소년부 아이들과 함께 여름에 실내스케이트장에 갔다. 나는 애초에 를 스케이트를 타본 적도 없고 롤러스케이트도 타지 못하는 겁쟁이였다. 그래서 탈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함께 간 선생님들도 타고 있었다. 혼자만 앉아 있으려니 더 민망했다. 용기를 내서 스케이트를 신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간단한 주의사항으도 들었다. 나는 난간을 잡고 천천히 타보기로 했다. 한 발 한 발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미끄러움이 가끔씩 있었고 온몸은 긴장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나를 도와주던 사람들은 모두 자유로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나도 시작점에서 중간쯤 갔을 때였다. 손을 놓고 나보고 싶었다. 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손을 놓는 순간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뒤로 넘어졌고 엉덩이를 찧고 머리를 찧었다. 그리고 그대로 누워있었다. 내가 살아있는지 아님 천국인지 궁금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여자분이 눈앞에 있었다.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하면서 나를 흔들었다. 나는 벌떡 일어났고 괜찮다고 말하며 난간을 잡고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많이 아플 텐데~ 병원에 가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나는 사실 죽을 만큼 아팠다. 그래도 같이 간 사람들에게는 말을 하지 못했다. 걱정을 할까 봐, 나 때문에 흥이 깨질까 봐 나는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엉덩이도 머리도 괜찮다고 했다.
수차례 뒤로 넘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죽음 앞에 선 듯한 체험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 인생은 항상 덤이구나! 운이 없으면 접싯물에 빠져도 죽은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수차례 머리를 다치는 위험한 순간 속에서도 큰 사고 당하지 않았다. 무엇을 의미할까? 감사드리며 표현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주신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