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과거의 일을 쓰지 않아도 좋은 날,
그런 날이다.
과거의 삶이 하루하루 힘들었을텐데.
그런 날이 많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과거의 일을 쓰는 이유는 현재의 처절한 삶을 포장할 수 있는 몇 가지 추억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과거 어느 때인가도 내게 찾아온 행복한 일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나의 힘든 날들을 지탱해 주었을 것이다.
오늘 나는 그런 좋은 일을 만났다.
둘째가 언니 앞서 결혼했다.
결혼한 지 2년 반 정도 되었기에 내심 임신 소식을 기다렸다. 기도도 하면서.
가끔씩 찾아오는 태몽같은 꿈도 꾸면서 내심 조바심을 부리기도 했다.
지난 한 주간 연락 하지 않는 둘째에 대해 약간의 서운함이 있었는데 오전이 가기 전 전화가 왔다. 서운해하던 모습이 맞나싶게 얼른 전화를 받으니 감기 걸린 힘없는 목소리로 엄마를 부른다. 나는 재빠른 대답을 하면서 감기 걸렸니?라고 물었다. 그런데 아니오. 엄마, 엄마를 부른다. 무슨일인지 걱정이 되면서 왜? 무슨일 있어?라고 물었다. 저 임신했다네요.라고 말했다. 나는 핸드폰을 꼭 쥐고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오면서 몇 번의 고음으로 어~어~어~ 소리를 냈다.
딸은 감기 걸린 목소리로 말했다. 안정기가 지나면 말을 하려고 했는데 5주가 된 상황에서 입덧이 시작되어 숨길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너무 반갑고 고맙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했다. 내가 할머니가 된다고 축하한다고 딸은 말했다. 너무 좋은 기분이 되었다. 입꼬리가 올라가서 내려오질 않는다. 다른 어떤 일보다도 나에게 좋은 소식이 되었다. 올해도 여러가지 힘들고 슬픈 일들로 나의 웃음은 삶을 살아내는 최소한의 의무가 되어버린 현실인데, 둘째의 임신소식은 우리 가정에 냉수처럼 시원하게 만드는 청량제 같은 소식이었다.
둘째는 아빠에게는 저녁에 제가 영상통화로 말씀드릴게요.라고 했다. 나는 입이 근질거렸다. 종일 들뜬 기분이 내려가질 않았다.
퇴근 후 혼자서 저녁을 먹는데 어깨춤이 춰지면서 콧노래가 만들어졌다. 다른 때보다 남편이 일찍 퇴근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은 소식을 모르는 것 같았다. 딸이 직접 전하도록 참는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축 하 합 니 다~라고 말하며 폴더폰처럼 고개를 숙였다.
남편은 무슨 일인지 정말 모르는 것이 확실했다. 무슨 일인데? 나는 나도 모르게 할아버지 된 것을 축하합니다!라고 했더니 당장 딸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손자를 볼 것처럼 좋아했다. 둘째의 임신소식은 역시 우리부부의 청량제다.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하는 것도, 아기 낳는 것도 고민한다는데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고 너무 고생하지 않고 아기를 갖고 가족들에게 기쁨을 주니 너무나 좋은 청량제다.
오늘은 잠이 들 것 같지 않다. 감사하고 기쁜 날을 축하하는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