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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by 벨찬

자식은 부모를 사람 되게 하려 보내진 존재라는 말이 있다. 선이가 태어나고 이제 세 번째 가을을 맞이했다. 그동안 이전과 달라진 삶의 모양 속에서, 선이가 선물한 사랑스러운 아픔과 기쁨은 나를 변화시켜 왔다. 짊어진 역할의 무게만큼 고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무르익어 감을 느낀다.


아빠가 되고 나서부터는 크게 흔들리는 일이 줄었다. 이전엔 없었지만, 이제는 가장 중요한 존재. 아이는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 중 가장 묵직한 존재가 되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통장 잔액이 계속 줄어들어도, 중요한 날 날씨가 도와주지 않더라도 예전처럼 기분이 망가지지 않는다. 선이만 잘 지낸다면 모든 게 괜찮은, 그런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다.


선이가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러니까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그때에도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나는 조금 이기적으로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길을 걷다 선이 또래의 아이를 마주칠 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건 선이도 낯선 누군가에게 반가운 인사를 받길 바라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타인에게 건넨 다정함이 돌고, 돌고, 돌고, 돌아 미래의 나의 아이에게 닿길 바란다. 원체 다른 사람에게 살갑게 구는 성격은 아니지만, 선이가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때때로 다정한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선이는 나를 더 자연을 즐기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침에는 산새들의 합창을, 저녁에는 풀벌레들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산책을 좋아하는 선이 덕분이다. 해적선 모양의 나뭇잎을 찾아 물가에 띄우고 도토리를 발견하면 보물을 찾은 듯 기뻐하는 선이는 자연이 최고의 놀이터라는 걸 알려준다. 선이를 따라 오목눈이와 직박구리를 찾으려 나무 위를 올려다보고, 오리 가족들은 잘 있는지 물가를 내려다보다 보면 어느새 회색빛 일상이 오색찬란하게 물들어 있다.


무엇보다 내가 선이에게 어떤 보통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마음이 상했을 땐 어떤 말을 하는지, 부모와 배우자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지. 이 모든 것이 선이의 보통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나는 함부로 살기가 어려워진다. 정말로 선이는 나를 더 나은 사람 되게 하려 보내진 존재가 맞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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