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배부르고 기분이 좋으면 혼자 거실을 빙글빙글 돌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때로는 '하레루야' 하며 교회에서 들어본 듯한 찬양의 음을 따라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비비드라라러' 하며 내가 자주 듣던 노래의 음을 제법 그럴싸하게 부른다. 누구의 생일이 아니어도 사랑하는 엄마, 아빠, 거미, 기차, 밤이(집에 있는 사슴 인형의 이름), 빨간 모자, 딸기 케이크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무슨 타령처럼 '잘룰라타(자일리톨 사탕)가 먹고 싶다' 하며 하고 싶은 말에 멜로디를 붙이기도 한다. 나는 선이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듣다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져서 그렇다. 저 작은 몸 안에 이런 노래가 들어있다는 게 그저 신비롭다.
신비로운 선이는 하늘에 있는 빛나는 것들에 신비로움을 느끼는 듯하다. 낮게 깔린 햇살에 눈이 부시면 '해님이 눈이 간지러워 도망가자' 하고, 밤이 오면 '어? 해님이 어디 갔지?' 하며 하늘을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어! 달이다! 달이네?' 하며 어제와 조금 모습을 바꾼 달을 알아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선이는 더 이상 달을 바나나라고 부르지 않는다. 어느새 밤하늘을 오래 보고 있으면 별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 만큼 많이 컸지만, 그래도 아직은 '달님이 선이랑 놀고 싶어서 오늘은 일찍 찾아왔나 봐' 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다. 덕분에 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손가락으로 별자리를 그려보며 조용히 빛나는 별을 감상하는 요즘이다.
주말 사이 들렀던 운정 할머니 집에서는 조용히 빛나는 별 대신 '피융' 하다가 '펑' 하며 터지는 형형색색의 불꽃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엄마 얼굴을 보려 들른 차였는데, 마침 운정집 앞에 있는 호수 공원에서 불꽃축제를 하던 중이었고, 우리는 베란다 창밖으로 밤하늘을 물들이는 불꽃을 구경했다. 선이는 처음에 하늘을 울리는 굉음에 놀랐는지 무서워하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할머니 품에 안기자 이내 차분해졌고 동그란 눈으로 불꽃을 바라보았다. 폭죽 소리는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할머니 품에서라면 그리 무섭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나도 언제까지나 선이에게 세상이 시끄럽고 무서울 때 안기면 괜찮아지는 그런 품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머리 위로 쏟아지다 금세 사라져 버리는 불꽃이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크고 화려한 불꽃이 터질수록 밖에서는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이의 아랫입술에 맺힌 침방울도 터지는 불꽃에 따라 그 색을 달리하며 화려하게 반짝였다. 나는 그 옆에서 가만히 요란스러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불꽃이 아름다운 것과는 별개로, 폭죽이 터지고 자욱한 연기가 드리우는 것처럼 마음 한편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다. 불꽃을 좋아하는 건 인간뿐, 새나 고양이들은 시끄러운 소리와 번쩍이는 불빛이 스트레스이지 않을까, 이 소리와 불빛은 얼마나 멀리 있는 생명들에게까지 닿을까 하는 생각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에 돌아가는 차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켜지고 축제가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아 보였다. 불꽃을 매개로 가족, 연인, 친구들이 모여 의미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낸 뒤였을 것이다. 좋은 걸 좋은 대로 즐기지 못하는 내가 유난인가 싶기도 하다가,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뒤에 탄 선이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는지 집까지 가는 동안 '작은별'을 흥얼거렸다. 도착할 때쯤에는 나도 함께 '반짝반짝 선이별 아름답게 비치네' 하며 노래를 불렀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에는 별들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