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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다는 것

_ 통제 불가한 들쑤심

by 형준 Jan 21. 2025

눈을 감는다.

숨을 참는다.

입을 다문다.


하지만

머리가 아플 정도의 소음이 들려도, 매스꺼움이 느껴지는 정제되지 않은 소리가 들려도

듣는다는 것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귀는 주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에어팟처럼 원할 때마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껐다 켰다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두 손을 양쪽 귀에 얹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손가락을 귓구멍에 쑤셔보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틈새로 마구 파고든다.

그렇게 내 의사와 관계없이 마구잡이로 들어온 소리는 혈액을 매개체로 삼아, 온몸에 퍼진 모세혈관까지 옮겨 다닌다.


가뜩이나 복잡한 머릿속을 엉망으로 흩트려놓고,

과거의 회한을 들춰내어 마음속을 찢어놓는다.

이후에는 근처 심장으로 향해 부스터라도 달아놓은 것 마냥

손 쓸 틈조차 주지 않고 발끝, 손끝, 장기 사이사이로, 말초신경 하나하나까지 전해진다.


뒤늦게 알아차리고 귀에 이어폰을 콱 박아 넣는다.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평소 저장해 두었던 플레이리스트를 최대한 빠르게 틀어놓는다. 소리의 진동이 귀를 아프게 하고, 뇌 안쪽까지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온몸에 퍼져버린 회한과 매스꺼움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이럴 땐 오로지 시간이 약이다. 시간을 흘러보내며 새로운 소리로 치유 아닌 치유를 견뎌낸다.


애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현재에 몰입할 소리들을 채워 넣는다.


그렇기에 신중을 가하고 들어와 있던 소리를 다른 소리로 대체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듣는 것의 불편함과 말하는 것의 소중함을 기억하자.

귓가에 좋은 소리만 가득하기를,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닌 진심으로 나를 위한 소리만이 가득하기를.

내뱉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신중을 가하기를. 내 목소리가 상대방을 찌르는 송곳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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