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남자 이야기(20)
사실 남편과 결혼한 이유는 서울에 대한 동경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내가 봤을 때 남편은 일처리가 똑 부러지는 사람이었고
이러한 점은 남편의 다른 단점들을 보완할 정도로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의 이러한 일처리 능력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일에 국한된 것이었다.
남편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일이 발생하자 오히려 감정적으로 변했고 일을 회피하려고만 했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이제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일처리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평소에 주변 사람에게 부탁을 잘하지 않는 아들은
자신의 교수님, 선배, 동기, 후배 할 것 없이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청했으며
평소에 부탁을 하지 않는 사람이 부탁을 하자 주변 사람들은 기꺼이 아들을 도와주었으나
아무것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심지어 그나마의 희망이었던 어머니 역시 회피형이었던 우리에게 큰 방법은 없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기여한 만큼은커녕 법률에 따라 그것보다 훨씬 못한 부분만을 상속받을 수 있었고
나는 다 늦은 나이인 지금에 와서야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 부모님과 내 자녀들에게 너무나 면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