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남자 이야기(27)
우선 지낼 곳을 알아봐야 했다.
상속으로 집의 소유권이 내 형제자매들에게 나눠졌고
그 악마들이 언제 우리 가족보고 집에서 나가라고 요구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다녔던 나에게 모아둔 돈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결국 평생 살았던 서울에서 떠나기로 결심했고 아내의 친가 근처에 자리를 잡기로 하였다.
과정에서 부족한 돈은 아내의 부모님, 그리고 자매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멀리 살아서 제대로 찾아가지도 못했던 처가 식구들은 우리의 상황을 듣고 선뜻 도와주었다.
참 모순적이었다.
명절 때마다 보던 형제자매들은 돈이 걸리자 악마나 다름없이 어머니와 나를 압박했고
어머니 역시 평생을 모시고 살았지만 결국 방관했을 뿐 완전한 내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평소에 거의 찾아가지도 못했던 처가 식구들은 어려움에 처하니 금전적으로도
그리고 정서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염치가 없었지만 일단 나는 도움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인간관계라는 것을 좀 알게 된 것 같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것은 지낼 곳뿐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