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스러질 땐 삶에 막이 씌워진다
막이 씌워지면 눈앞이 막연해진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으니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모두 보이지 않는다
몸뚱이는 수명을 연장하듯 산다
나의 정신은 그저 몸뚱이를 따라갈 뿐이다
숨만 쉰다
삶의 목표가 사라진다
그저 숨이 붙어있으니 산다
숨이 가빠져온다
숨을 내쉴 뿐 들이마실 이유가 없으니
숨이 가빠져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불필요한 몸의 조각들이 떨어져 나가고
불필요한 노폐물이 때에 따라 배출되면
떨어져 나간 몸의 빈 곳에 틈이 생긴다
그 틈으로 들이마실 호흡으로 들어찬다
들어찰 공간이 있으니 숨이 잘 쉬어진다
매시간 과호흡이던 삶이 안정되면
막을 바늘로 찔러 터트릴 힘이 그제야 생긴다
짧은 순간, 번쩍이는 힘으로 막을 터트리고 나면
그제야 나를 지탱하던 것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