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을 한껏 보고 싶을 땐 예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로 향한다. 그땐 집에 있다가 창문사이로 라일락향이 흘러들어오면 그제야 봄인 줄 알았다. 내가 살던 아파트 7**동 앞에는 봄이 되면 목련과 라일락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우리집은 1층이었다. 현관문은 아파트 5층 길이만큼 자란 큰 벚꽃나무의 바로 앞에 있어서 문을 열면 바로 나무가 보였다. 가끔 꿈에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현관을 여는 꿈을 꾼다. 벚꽃이 우수수 떨어지는 날, 우리집 현관문이 보이고 당연하게 그 현관문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어떤 꿈에서는 집 안에서 현관문을 연다. 나무가 우뚝 서 있고, 사람들이 출근하기 위해 나무 옆에 세워둔 차로 향하고, 나는 그 풍경이 보이는 명당자리에 배경처럼 서 있다. 그것은 과거 내 진짜 시야였으나 이제는 꿈에서만 볼 수 있는 허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7**동 현관 정면에 있는 벚꽃나무 말고는 다 베여있어 아쉬웠는데, 오늘 보니 베인 나무가 자란 줄기에 목련이 펴있다. 라일락 꽃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향이 흘렀다. 또 언젠가는 꿈에 동화처럼 보일 배경을 눈에 새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도로 건너편의 지금 집으로.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을 곁에 두고 봄마다 누리며, 그 풍경을 매해 눈으로 새겨 저장해 두고 꿈속에서 동화풍으로 재연한다. 이런 호사가 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