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 Mar 22. 2024

09 할머니의 한글 교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6•25 전쟁을 겪은 나이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가끔 전쟁 이야기를 해주신다.


피난 가던 이야기를 10번은 들은 것 같다.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면 총알이 못 뚫는다는 얘기를 듣고

하루 종일 이불속에만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피난을 떠나는데 길에 총을 맞고 죽은 엄마의 품에 갓난아기가 있었다고 한다.


죽은 엄마의 품에서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의 젖을 빨고 있었다면서, 그 장면이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때는 가난하던 시절이라 굶기 일쑤였고 그나마 먹는 음식이 감자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 할머니 세대에 부자 아니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들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한글 수업을 들었었다.


가서 가족에 대한 글도 쓰고, 맞춤법도 배우고 하지만

글을 읽고 쓰는 것조차 서툰 할머니들에게 연습을 시켜주는 곳이었다.


할머니가 숙제로 쓴 노트들을 펼쳐봤다.


맞춤법도 다 틀리고 띄어쓰기도 이상하지만

그 어떤 글보다 참 진정성 있고 따뜻한 글이었다.





키오스크나 인터넷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보며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인터넷 댓글을 봤다.


참 속상했다.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었다면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젊을 때 배우는 것이면 몰라도 나이 들어서 배우는 모든 것들은 쉽게 학습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노인들을 더욱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전 09화 08 내가 죽으면, 옷장에 있는 돈을 꺼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