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6•25 전쟁을 겪은 나이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가끔 전쟁 이야기를 해주신다.
피난 가던 이야기를 10번은 들은 것 같다.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면 총알이 못 뚫는다는 얘기를 듣고
하루 종일 이불속에만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피난을 떠나는데 길에 총을 맞고 죽은 엄마의 품에 갓난아기가 있었다고 한다.
죽은 엄마의 품에서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의 젖을 빨고 있었다면서, 그 장면이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때는 가난하던 시절이라 굶기 일쑤였고 그나마 먹는 음식이 감자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 할머니 세대에 부자 아니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들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한글 수업을 들었었다.
가서 가족에 대한 글도 쓰고, 맞춤법도 배우고 하지만
글을 읽고 쓰는 것조차 서툰 할머니들에게 연습을 시켜주는 곳이었다.
할머니가 숙제로 쓴 노트들을 펼쳐봤다.
맞춤법도 다 틀리고 띄어쓰기도 이상하지만
그 어떤 글보다 참 진정성 있고 따뜻한 글이었다.
키오스크나 인터넷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보며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인터넷 댓글을 봤다.
참 속상했다.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었다면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젊을 때 배우는 것이면 몰라도 나이 들어서 배우는 모든 것들은 쉽게 학습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노인들을 더욱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