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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요한 Mar 05. 2024

첫단추

교내 집체교육

 ROTC에 합격한 후 한 학기 남은 일반 대학생의 시간을 보내며 기초군사훈련이 있는 추운 겨울을 기다렸다. 겨울이 다가올 수록 내 마음은 더욱 뜨거워졌다.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전 학교 자체에서 기본 제식, 군 기본 자세 등 기본적인 것들을 일주일 간 배우는 집체교육이 있었다.

 머리를 빡빡 깎고 강의실로 들어가자, 군복을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두 기수 위 선배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선배님들은 기본부터 아주 아주 친절하게 우리를 지도해주셨다.(반어법)


 일주일 내내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하여 체력단련을 한 후에, 저녁이 될 때까지 교육을 받았다. 오후 실내교육이 있는 시간이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졸음이 쏟아졌고 옆에 있던 동기가 툭툭 치며 깨워준 기억이 있다. (졸다가 걸린 교육생들은 선배들의 찐한 사랑을 맛보았다)

 저녁은 동기들과 다같이 먹고 야간에는 자율학습을 했다. 사실상 말이 자율 학습이지 선배님들의 훈련 경험담을 들으며, 낮 동안 교육 받은 것들을 검사 받는 시간이었다. 검사에 통과하는 순서대로 일찍 복귀했었는데, 나는 통과를 받아 기숙사로 일찍 복귀한 기억이 있다.



 집체교육 간 잠은 동기들과 학교 기숙사에서 잤다. 몸과 마음이 지쳐 복귀했음에도 다음날 교육을 위한 공부를 해야 했다. 그렇지만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네 명의 동기들과 한 방을 쓰니 각자 공부만 할리가 없었다. 수다가 번져 더욱 수다를 피웠고, 어느새 우리는 그냥 다음 날 혼나기로 하고 공부는 커녕 수다만 피우다 잠에 들었다.


 해도 뜨지 않은 6시 30분에 기상해 피곤을 무릅쓰고 전투복을 입는 것은 정말 고통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충북 괴산의 육군학생군사학교에 있었고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었다.


기초군사훈련

 훈련에 들어가니 한 생활관 안에 대전 지역 다양한 학교의 교육생들이 섞여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금새 친해졌고, 다들 각자 학교의 학군단 분위기를 들으며 신기해 했다.

 확실한 것은 다들 훈련에 의욕이 넘쳤고, 군생활에 긴 뜻이 있든 없든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ROTC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고 자부심이 느껴졌다.


 나는 우리 학교에서 배운대로, 동기들을 챙기고 돕자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했다. 손목시계 알람으로 늘 기상 10분 전에 일어났고, 남들보다 일찍 준비를 마친 후에 기상 시간이 되면 동기들의 모포(이불) 접는 것을 도와주었다.


 어느날 교관님과 함께 대대 전체(100여명)가 군가 교육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육군 10대 군가를 부르는 시간이었는데, 나는 음악 전공 출신으로서 군가만큼은 남들보다 더 빨리 잘 외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훈련에 오기 전 미리 다 외웠었다. (선배들이 훈련 가기 전 다 외우라고 시키긴 했음)

 교관님이 무작위로 한 명씩 앞에 나오라 한 후에 군가를 시켰는데, 다 외운 교육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러다 자진해서 발표할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 하였고, 나는 주저 없이 '교육생 한요한!'을 외치며 앞으로 나왔다.


 교관님은 10대 군가를 메들리처럼 돌아가며 시켰고, 나는 막힘없이 씩씩하게 잘 불렀다. 도중 후보생들의 어느 무리가 '학군사관 합격은 에듀윌!'하며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내가 서경석을 닮았다는 것이다. (서경석은 고등학생 때부터 듣던 별명) 이후 다른 학교 교육생들중 나를 모르는 교육생들은 없었고, 훈련 간 처음 마주치는 교육생들도 나를 보며 씩 웃고 서경석 안녕! 하며 인사를 했다.


 그렇게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며 짧지만 굵었던 기초군사훈련이 종료 되었다. 사실 정신적으로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기초군사훈련 전에 선배들이 지도했던 교내 집체교육이 더욱 군기가 셌기 때문이다. 그때 느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처음이 쉽다면 이후에는 힘겨울 것이다, 하지만 처음이 힘겹다면 이후에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도 무엇을 하던 처음의 난관을 마주했을 때, 일단은 넘고 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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