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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요한 Mar 05. 2024

ROTC를 향한 도전


 내 나이 스물 아홉, 벌써 서른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20대를 마무리 하기 전, 지나온 20대를 돌이켜보기 위한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내 20대의 경험 중에서 ROTC와 군 생활이 가장 비중이 크고 할 말도 많기에, 그 주제를 중심으로 내 20대를 이야기 해보려 한다.


대학 입학

 고등학생 때 나는 공부를 못했다. 사실은 그냥 게을렀고, 집중력이 부족했다. 진로를 앞두고 고민할 시기에 나는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기타를 잘쳐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에 만족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학 입시 또한 공부가 아닌 실기를 준비해 지방의 음악대학에 입학했다.


 입학 후에, 나의 수준을 보니 실력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고 실력을 키운다 한들 졸업 후 생계에 대한 확신도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열심히 해야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어찌보면 나는 공부를 하기 싫어 음악을 하였으나, 그 음악 마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나처럼 음악을 하고 싶어도 환경이 안 되어 못하거나, 하고 싶지만 현실을 직시해 하기 싫은 것들을 더 열심히 하며 살고 있을 것이기에) 일단 나는 대한민국의 남성으로서 ‘군대’라는 것은 불가피 한 것이니 닥친 것 부터 해결할 생각으로 휴학을 신청했다. 



군대를 못가

 휴학을 한 후 다양한 알바들을 하며, 7번의 군 입대 시험을 보았다. 군 입대 시험이라 함은, 군악대 시험 3번과 의경 시험 3번, 공군 일반병 시험 1번이었다. 이상하게도 군대만큼은 남들 다 가는 것처럼 가기가 싫었다. 내가 시험 봤던 군대들의 공통점은 일반 전투복이 아니라 제복(행사복 또는 약복)이 있는 곳들이었다. 한마디로 난 군대를 멋있게 가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시험을 보는 족족 실패했다. 군악대의 경우에는 시험 접수 후 한 달이 지나야 시험을 볼 수 있었고, 시험을 본 후 한 달이 지나야 결과를 통지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알바를 하고 있던 나는 군에 합격하게 된다면 모아둔 돈을 부모님께 모두 용돈으로 드리고 입대할 생각이었으나, 매번 탈락 통지를 받았고 그때마다 쓰라린 절망감을 느꼈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주변 친구들은 다 입대하여 한 계급씩 올라가고 있는데 나만 홀로 뒤쳐지는 느낌이었다. 


ROTC?

 7번의 군 입대 시험에 탈락하고 보니 어느새 21살의 끝자락이었다. 내가 22살이 되어 군대를 간다면, 나보다 어린 20살 21살들이 선임으로 있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알량한 자존심이지만, 그때는 왜인지 그게 너무도 싫었다. 문득 ROTC로 대학을 졸업해 장교로 군 생활을 마친 나의 친형이 생각났다. 형은 고등학생 때부터 공부도 잘했고, 국립대학교의 평범한 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공부를 잘 못했고, 전공이 음악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ROTC에 지원 가능한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혹시 몰라 ROTC 모집요강을 살펴보니, 나 또한 2학년으로 복학하면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나와는 거리가 먼 길이라고 생각했고, 지원 한다 해도 분명 탈락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당시 태양의 후예로 인해 경쟁률도 상승세였다)


 어느날 나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핸드폰으로 군대에 관한 영상들을 찾아보다 ROTC 후보생들이 훈련 받으며 소리치는 장면들을 보게 되었다. 갑자기 가슴이 터질듯 뜨거워졌고 끓는 듯한 눈물이 식탁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이분들처럼 치열했던 적이 있었던가? 지금부터라도 준비해 반드시 ROTC에 합격할 것이고, 나 또한 멋진 장교가 될 것이다.’


합격의 길

 그날 바로 나는 부모님께 ROTC를 할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노발대발 하시며 반대 하셨다. 분명 형이 ROTC를 했을 때 엄청나게 자랑스러워 하던 분이 아닌가? 왜 반대를 하시는가 들어보니 내가 ROTC시험을 위해 대학교를 복학 하여도 탈락하여 시간만 낭비할 것으로 생각 하신 것 같다. 그간 봤던 군악병 시험들도 확실하게 준비하지 않아서 다 떨어졌는데 장교 시험을 합격할 것이라곤 믿지 못하셨을 것 같다.


 참 신기하게도 아버지의 반대가 조금도 내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아버지의 반대와 걱정보다, 내 의지와 열정이 더 앞섰기 때문이다. 그 날 바로 ROTC필기 문제집을 샀고, 그 날 부터 바로 공부를 했다. 집중이 되든 안 되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을 늘리려 애썼고, 생전 들어보지 않았던 한국사 강의도 틈틈이 정주행 했다. 또 날이면 날마다 밖에 나가서 쉬지 않고 오래 뛰는 연습을 했다. 그때는 체육복도 없어서 검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뛰었던 기억이 있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도 거의 매일 연습 했다.


 결국 난 휴학했던 학교에 2학년으로 복학 하였고, 전공은 거들 뿐 그저 ROTC시험에만 매진했다. 고등학생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컴퓨터용 싸인펜이 덜덜 떨릴 만큼의 긴장감을 느끼며 필기시험을 통과 하였고, 시야가 하얘질 만큼의 무리를 하며 체력시험을 1등으로 통과 하였고, 군인도 아니면서 군인처럼 머리를 깎고 면접에 들어가 돌아설 여지가 없는 의지를 내보이며 최종 합격이라는 선물을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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