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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eping Feb 06. 2024

나의 선인장에게

프롤로그_나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성난 들개 세 마리가 길고양이를 덮쳤다.

그들이 나뒹구는 사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 후 나지막한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이다.


봄은 아무것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매 겨울 피는 매화는 작년 겨울에는 피어나지 않았다.

봄은 아주 이르게도 찾아왔고 어른들과 아이들은 이른 봄 마저 반겨주었다.

언 땅을 녹이는 햇빛이 살얼음 표면에 닿을 때 즈음 물속 고기들도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그녀를 보내고 다섯 번째 봄이 찾아왔다.

봄이 오면 항상 응어리진 몸속의 핏덩이를 뱉어내듯 몇 번이고 소리를 지르곤 한다.

다시 시작되는 봄을 한탄하듯, 이미 지나간 겨울에 머리를 조아리듯 그런 식으로 말이다.


무엇이 나의 뼈를 두드려 지난 시간을 상기시키고 회복시키고 다시 한번 마취시키는가.

마치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잠드려는 나의 이마에 닿아 날 놓아주지 않는 것인가.


그녀를 보내고 작고 여린 선인장을 구매했다.

작고 여린 것에 연민을 느끼며 그를 나의 방 안 빛이 들지 않는 창가에 두었다.

결국 나는 다시 책임져야 할 것을 나의 곁에 두었다.


그 책임은 오만이고 허영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주먹을 꽉 쥐고 태어난 나는 날 때부터 욕심이 가득했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오만이며 욕심이다. 나의 존재가 그들의 존재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 글은 나의 비겁한 오만에 대한 회고를 담는다.

어리석은 그리움과 그릇된 욕망의 결말을 담는다.

지나간 것을 미련 없이 보내지 못한 일에 대한 회고, 그런 진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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