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신,
탯줄로 연결되어 있던 하나의 몸,
햇살처럼 웃을 때면 내 어린 날 사진이 겹쳐보이는 너
한시라도 엄마와 떨어져 있기를 싫어하는 딸은 졸릴 때면 냄새로라도 엄마를 기억하겠다는 듯 등 뒤로 다가와 머리카락 냄새를 맡는다.
"무슨 냄새가 나?"
"사랑냄새."
무지개 냄새, 꽃냄새, 사랑냄새...딸이 붙여주는 이름은 날마다 달라지지만 그 의미는 같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엄마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고 싶다는 마음, 사랑한다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어느새 딸은 눈을 맞추기 시작하고, 물건을 손에 쥐고, "엄마"를 말하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계단을 오르내리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이 작은 생명체가 자라는 속도와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딸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 보면서, 엄마도 나를 키우며 같은 마음이었을지 그려본다.
사진 속에서 어린 나와 엄마는 서로를 마주보며 콧잔등을 찡그리듯 환하게 웃고 있다. 지금의 딸만큼 어렸던 내가 엄마를 바라보는 눈은 강렬한 집중력을 가졌다. 그 시선에는 무지개가, 꽃이, 사랑이 담겨있다. 엄마 또한 같은 마음과 시선이었으리라.
인제는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도 등지고 가버린 엄마이지만, 내 목소리에, 머릿결에, 눈빛에 아직 엄마가 있다. 잠자리에서 내 목을 꼬옥 끌어안는 딸의 손길에서도, 가을녘 바람결에도 문득문득 엄마를 느낀다. 계곡에서 엄마와 물장난을 하고, 저녁 밥상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하고, 주말의 명화를 함께 보던 기억을 조금씩 꺼내어 곱씹으며 엄마의 빈자리를, 그 쓸쓸한 시간을 달래본다.
내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조금 더 단단하게 정성스레 살아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언젠가 나의 빈자리가 찾아올 때 남아 있을 딸이 외롭지 않기를, 함께한 기억들이 딸이 살아갈 남은 날들에 화로같은 따스함으로 불을 지펴주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