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부터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서 해주려고 하셨다.
단지 내가 부족한 탓에 공부도 운동도 뭐 제대로 할 수 있었던 게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급식비를 속여 다른 곳에 쓰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걱정을 할 걸 뻔히 알기에 배식을 하면 급식을 공짜로 먹을 수 있어 나는 급식 배식을 자원하곤 했다.
물론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내가 급식을 배식한다는 건 다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 녀석을 끌어드려 같이 배식을 했기에 창피함보다는 추억 삼아 급식을 배식했다.
배식을 실수를 해서 많이 주던 날에는 나중에 밥이 모자라서 영양사 선생님과 배식을 했던 이모님들과 라면을 끓여 먹었었다. 그때도 그게 추억이었다. 그리고 나는 흔히들 먹는 뽀글이 라면(봉지라면을 컵라면처럼 먹는)을 절대 먹지 않는다. 그냥 혼자만의 고집인데 컵라면 먹을 돈이 없어서 봉지라면을 그렇게 먹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은 거라 친구들끼리는 자주 먹었는데 나는 굶었으면 굶었지 봉지라면을 먹지 않았다. 엄마가 저렇게 먹으면 가슴이 아플 것 같다는 스스로의 생각 때문이었다. 군대에 가서도 봉지라면을 먹지 않았고 소대장 할 때에도 개인 사비를 털어 컵라면을 사줬었다. 몸에 좋지 않으니 봉지째로 먹는 라면을 먹지 말라고 했었다.
그리고 소대원들에게는 사실대로 얘기를 해서 소대장으로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들 이해를 해주고 내가 사놓은 컵라면을 같이 먹곤 했었다. 어렵게 자란 탓에 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도 신경 쓰는 게 많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40분 정도를 걸어서 다녔는데 친했던 친구 녀석이 가정 형편이 넉넉한 탓에 하굣길에 항상 떡볶이를 사준곤 했었는데 너무 고마웠었다. 가끔 친구가 다이어트를 하면 얻어먹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에 떡볶이집이 많은 곳으로 가고는 했었다. 냄새를 이기지 못해 간식을 나눠 먹으면서 장난을 쳐주고 욕을 많이 해줬던 친구에게는 표현을 못했지만 항상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가서 취업을 하고 나서 내가 술을 많이 살려고 노력했었다. 고마움을 다 갚지은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털고자 많이 살려고 했었다.
주변에 내가 친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가정형편이 넉넉했다. 내가 같이 어울리기에는 많은 부담이 있었으나 그래도 친구들을 좋아했고 그들도 나를 친한 친구로 생각해 주고 많이 베풀었다. 지금은 많이들 멀어져 몇 남지 않았는데
가끔 모임을 할 때 어릴 때 얘기를 하면 내가 창피할 때가 많다.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때 소원이 200원짜리 닭꼬치를 만 원어치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5시간 정도 전단지를 돌리고 나면 만원을 조금 넘게 받았는데 어렵게 돈을 벌다 보니 돈이 아까워서 사 먹지 못했었다. 지금도 초등학생인 아들 녀석에게 먹고 싶은 게 있는데 친구들이 먹고 있을 때 한 입만 달라고 하지 말고 안 먹고 싶은 척 꾹 참고 있다가 가서 사 먹으라고 했다. 용돈은 별도로 주지만 먹는 것에 대해서는 카드를 주고 먹고 싶은데로 사 목으로 하고 했다. 하루는 아들 녀석이 카드를 놓고 왔는지 편의점에서 사장님을 바꿔주고 계좌이체를 해달라고 했다. 사장님과 통화했었는데 아들을 잘 알고 있다고 다음날 줘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퇴근하고 바로 가서 돈을 계산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었다. 아들만큼은 돈이 없어서 다들 먹고 싶은 걸 먹을 때 못 먹고 참지 않게, 봉지라면을 컵라면처럼 먹지 않게 하고 싶었다.
아들이 카드를 쓰면 문자가 온다. 대부분 2000원을 넘지 않는다. 젤리를 사 먹었거나 음료수를 사 먹었을 텐데 가격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학교 갔다가 학원 가면서 혼자 사 먹을 텐데,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대견하고 짠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좋은 형편에서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라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쩌면 다들 평범함을 꿈꾸며 조금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큰 행복인 것 같다. 어릴 때 할 수 없었던 남들 다 할 때 내가 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나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편이라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이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웠던 인생과, 가정을 꾸리고 아내를 맞아 생각했던 인생과, 아들이 태어났을 때 아빠로서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가를 생각했던 인생, 그리고 이제는 딸이 태어나서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을까를 고민하는 인생.
지극히 다른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고 다들 하는 일들을 하고 평범하고 부족함 없이 사는 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