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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소리 Sep 16. 2024

직장에서 흔히 하는 거짓말

언제나처럼 아침에 출근하면

'좋은 아침입니다.' 하고 인사를 건넨다.

생각해 보면 출근하는 아침이 좋았던 적이 몇 번 없는 것 같다. 특히나 피곤한 월요일 아침은 더욱 그렇다.

그리고는 또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직장에서 좋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주고받는 인사가 과연 진심으로 하는 인사인가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동료들이 친절하게 건네주는 인사는 기분이 좋다. 다들 뻔한 거짓 인사지만 반가움에 표현이기에 좋은 아침이라는 거짓말을 알면서도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보낼 수 없는 좋은 하루를 응원하고는 한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 속에 또 재미를 찾는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는 게 많지 않았을 때 나는 6개월간 육아휴직을 했었다. 아이를 돌보면서 어린이집을 데려갔다가 데리러 오면 많은 사람들이 백수로 오해를 하고 수군거리기도 했었고 또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하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한 달만 쉬어도 몸이 근질근질하고 일이 하고 싶어 질 거라고 했는데 내가 보낸 육아휴직 6개월은 엄청 짧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를 돌보는 것도 돌보는 거지만 새벽 늦게까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도 아침에 출근해야 된다는 걱정이 없었고 카톡이나 문자, 전화가 오지 않아 너무 편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헬스장에 가고 도서관도 가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곧 하원시간이 되곤 했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많이 하던 시절이 아닐 때라 사람이 들이 직업이 뭐냐고 많이들 물었었는데 육아휴직을 했다고 하면 대단하다고들 했었다. 그 시절에 아침은 진짜로 좋은 아침이었다. 늦잠을 자도 되고 먹고 싶은 식사만 해도 되고 신경 쓸 거라곤 오직 아이뿐이었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 간다고 힘들었고 일할 때는 일한다고 힘들어서 좋은 아침이 몇 번 없었다.

은퇴를 하고 나서의 삶은 어떨까? 과연 아침마다 좋은 아침이 될까? 아내와 나는 늙을 데로 늙었을 거고 아이들은 다들 독립해서 나갔을 테고 혹시나 손주가 생겨 아이들이 아이들을 봐달라고 하면 어떨까?

과연 좋은 아침이 될까 하고 생각했었다.

새벽 일찍 지하철 첫 차를 탈 때 모습은 가끔 재미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를 시작하는 건지 하루를 활기차게 보내고 퇴근하는 모습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졸고 있거나 힘든 모습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술냄새를 풍풍 풍기면서 첫 차를 타곤 한다.

그리고 환승역에서는 재빠르게 내리려고 준비를 하고 뛰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그들도 우리가 흔히 건네는 좋은 아침일까?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데 저렇게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들도 은퇴를 하면 그 시절이 그리울까?

시간은 한 번 지나면 다시 올 수 없는데 과연 저렇게 젊은 시절을 다 바친 직장생활이 그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휴 기간 둘째 아이가 열이 나서 병원에 갔는데 진료를 봐주는 의사분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내가 병원에 갔을 때 대기 순번이 18번째였는데 그 뒤로도 18명 이상의 환자가 왔던 것 같았다. 아침부터 저렇게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출근한 의사 선생님도 과연 좋은 아침이었을까?.


얼마 전에는 정년이 다 돼서 퇴직을 몇 개 월 앞두고 있으신 분이 고생이 많다며 식사를 사주셨다. 막걸리 한잔과 염소고기가 몸에 좋다며 사주셨는데 나는 은퇴하시는 마음이 어떤지 물었다.

40년 생활을 하고 나이가 들어서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아내분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고 하시면서 두 딸이 제일 든든하고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40년을 돈을 벌면서 생활을 하시다가 나가시는데도 돈을 더 벌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버지로서의 마음이 먼저셨다.

부모는 다들 그런 것 같았다. 내가 힘이 없을 때나 힘이 있을 때나 자식들 걱정이 제일 앞서고 항상 최선을 다해서 해줘도 부족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그래도 그간 못했던 해외여행도 하고 가죽공예와 악기도 배우고 여러 가지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계셨다.

언제나처럼 똑같이 시작하는 하루가 좋은 아침이 돼서 좋은 하루를 보내고 몇 십 년 일을 하고 떠날 때 많이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그저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내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수 있는 생활이기에 선택이 아닌 최선이 답이라는 걸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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