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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 Jun 11. 2024

미국 시어머니의 수채화 아뜰리에

조안의 아뜰리에

미국인과 결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시월드 없어서 좋겠다


하지만 미국에 정말 시월드가 없는지에 대한 대답은 못하겠어요. 그곳도 사람사는 곳이니 만큼, 여자가 자기 아들 와이프를 두고 느끼는 미묘한 신경전은 있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확실한 건 한국의 '시월드'와 미국의 '인라'는 다른 느낌이란 거예요.


미국에선 시댁을 '인라(In-law)'로 불러요. 시댁 사람들도 시어머니는 '마더 인라(In-law)', 시여동생은 '시스터 인라', 시남동생은 '브라더 인라'라고 하죠. 하지만 이건 처가도 마찬가지예요. 장모님도 '마더 인라', 장인어른도 '파더 인라'. 모두가 그냥 인라. 한국의 시댁과 처가처럼 남녀 집안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아요. 호칭도 어머님, 장모님 그런 거 없이 메리, 헨리, 조 등등 이름으로 부르지요.


고로 나는 내 시어머니를 "조안"이라고 불러요.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라왔기에 시어머니 이름을 그냥 부르는 게 처음엔 마냥 어색했는데 익숙해지니 할만하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모든 관계의 차이가 시작되어요.



내 시어머니 조안은 수채화 아티스트예요. 평생 그림을 그리고 전시하고, 판매 했죠. 지금은 은퇴했지만, 커뮤니티 칼리지와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내 피앙세가 내 그림을 좋아해주고, 지지해주고 하는 것도 조안의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조안과 달리 전문적인 그림작가가 아니예요. 본업은 따로 있고 남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거든요. 나는 그림을 팔아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림을 계속 그려요. 회사에도 회사에도 몇번이나 내가 그림을 그린다고 알렸지만 그들은, 콧방귀도 끼지 않더군요. 내가 미대 출신이 아니고, 권위있는 대회에서 수상을 한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그림과 미술에 대해 이야기해봤자 그들은 인정해 주지 않았어요. 할 일 없고 부유한 동네 아줌마가 아티스트 흉내를 내는 것처럼 대하더군요.


그에 비해 내 피앙세는 내 그림을 진짜 아티스트의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아티스트'인 조안에게 내 그림을 선물했지요. 내가 조안의 집에 갔을 때, 그녀의 집에 걸린 내 그림을 볼 수 있었어요. 조안은 내 그림을 도터 인라(daughter in law) 의 그림이 아닌, 동등한 아티스트의 것으로 대해주더군요.

  

내 시어머니에게 나는 가족이면서, 동시에 아티스트 다이앤이예요. 그녀는 나를 며느리로 부르지 않아요. 당연히 며느리의 의무도 없죠.


그래서 일까요.


나는 조안의 아뜰리에를 정말 좋아해요. 내가 미대를 나오지 않았어도 나는 그곳에서 아티스트이고, 그곳에서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나는 그녀의 가족이 될 수 있거든요. (*)




리트리버 보, 그리고 조안의 집
마당에서 만난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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