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직업 인터뷰 2편
-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많이 있었죠.
가장 대표적인 순간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사를 써야 했을 때예요.
기자도 결국 ‘돈을 버는 조직’에 속해 있다 보니 그런 순간이 오더라고요.
예를 들면, ~내용을 우연히 알게 되어 기사로 다뤘는데, 그 기사가 별다른 설명 없이 사라졌어요.
또 한 회사에 관한 기사를 다룰 땐 해당 회사에 유리한 분위기를 반영해야 한다는 식의 압박도 있었고요.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쓰는 기사가 세상에 어떤 방향으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 그게 기자로서 지켜야 할 윤리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희 회사는 그런 적이 없었어요.
물론 다른 매체에 비해 자극적으로 쓰라는 압박은 느껴지긴 하지만, 그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 회사에 만족하고 있어요.
전문용어만 쓰지 않기요.
예를 들어 ESG 같은 단어는 알기 쉽게 풀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귀찮더라도 초등학교 2학년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게 기자의 역할이라고 봐요.
교과서처럼 내려오는 기사가 독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너 기사 잘 봤다!" 이 말이요.
제 기사를 읽고 기억해주고, 알아봐주는 것.
그게 기자에게 가장 큰 칭찬 아닐까요?
못 먹어봤던 음식들을 많이 먹어본다든가? (웃음)
점심도 취재의 일부라 법인카드로 평소라면 안 사 먹을 음식도 접하게 돼요.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훨씬 세밀하게 보게 됐어요.
행정 구조라든가 정책 흐름 같은 건 예전보다 훨씬 많이 공부하게 된 것 같아요.
7.5점 정도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인정욕구도 있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니까 제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다만 개인의 역량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직업이라, 때론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이것도 7.5점 정도요.
부족한 점도 물론 있지만, 저를 뽑아준 회사고, 저에게 밥을 먹여주는 곳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애정은 있어요.
공무원에 도전해봤을 것 같아요.
공무원을 많이 취재하다 보니 ‘내가 직접 해보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고충도 분명 있을 텐데,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정의감이나 사명감을 품고 기자를 꿈꾸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엔 유명한 사람을 만나고, 재밌는 현장을 취재하는 게 전부인 줄 알았어요.
이 일을 계속하다 보니, 처음엔 몰랐던 가치를 뒤늦게 깨달았어요.
‘균형’이요.
기자는 늘 여러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 진실과 책임 사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일.
그게 기자가 해야 할 일이고, 그래서 더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라고 느낍니다.
크게 달라진 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긴 해요.
예를 들면, 예전엔 그저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공무원들이 사실은 굉장히 열심히 일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은 넓어졌다고 할 수 있겠죠.
현실적으로는 -소속이라 다룰 수 있는 영역이 한정돼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제도나 사각지대를 발견해서 세상에 환기시킬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요.
융통성 없는 시스템이 사람을 어렵게 만들 때가 많잖아요.
그런 부분을 짚어내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한 분야에서 정말 전문적인 기자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리고 글 자체로 저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만의 브랜드를 가진 기자, 그게 제가 바라는 모습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저 자신이 놓치고 있던 생각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어요.
최근엔 회사 사정으로 인해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예전의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되짚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이로 참여하는 게 처음이라 조금 답답한 면도 있었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