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이던 것이 보일 때
할 일이 있어 노트북을 켜고 에어팟을 꽂았다.
요즘 아이돌 음악을 자주 들어서 그런지 알고리즘은 내게 계속 K-POP을 들려주었다.
청소년기에 '빅뱅'을 좋아했고, 몇 년 전까진 이런저런 연예인을 동경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들도 똑같이 치열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고선,
반짝반짝 순수한 마음으로 설레어하던 감정이 사라지고, 그 누구의 팬도 아니게 되었다.
(요즘 아이유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인터뷰 영상 같은 걸 보고는 있다만)
'음악 산업.' 가장 어리고, 예쁘고, 시키는 대로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서, 젊고 아름다운 나이에 내내 음반을 내고, 방송에 내보내고, 공연을 시키다가, 아이들이 나이 들으면 또 새로운 아이들을 찾아서 더 잘 팔리게끔 잘 포장한 뒤 대중에게 선보인다. 2세대, 3세대, 4세대... 반복되고 있다. 대체 이 작은 나라에서 예쁘고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어린 친구들이 어디서 끊임없이 나오는 건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은 심지어 아이돌 그룹마다 '세계관'이나 '서사'가 있어야 한다. 어떤 아이돌은 우주인이고, 어떤 아이돌은 광야의 전투사다. 아예 소속사에서 이미 그룹의 이름과 음악과 콘셉트와 각 멤버들의 성격과 관계성까지 만들어 놓고 (나이를 먹으니 방송에 비치는 관계성과 캐릭터를 미리 만들어놓고 그렇게 행동하라고 시키는 것이 꽤나 기괴하게 느껴진다. 마리오네트 같다.), 그에 맞춰서 아이들을 뽑는다고 들었다. 한 번 그렇게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니, 아이돌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음악이 음악이 아니고 상품으로 느껴졌다. 공장처럼 작사, 작곡, 편곡, 믹싱, 마스터링의 과정을 마치고, 더 많이 팔릴 수 있도록 마케팅하고... 어느 팀이 제일 잘 팔리냐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음원 사이트 순위에 열광하는 팬들. 아이돌의 생일마다 몇천만 원은 우스운 명품 선물들을 '조공'한다. 단 10초 얼굴을 보고 얘기하기 위해 수백 장의 앨범을 산다.
한국은 마치 아이돌 전문 육성의 나라, KPOP을 1순위로 수출하는 나라처럼 느껴진다. 강도만 조금 약하다 뿐이지, 10대 (요즘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한다더라) 아이들에게 보컬, 춤, 연기, 외국어, 개인기까지 연습을 시키는 게, 북한이나 중국에서 서커스를 위해 고된 훈련을 시키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10년 전에는 '강남스타일'에게 참 고마웠고, 지금은 BTS에 고맙다. 덕분에 해외에 나가도 코리안이라고 하면 '코리아가 어디냐, 한국인들은 정말 개고기를 먹냐, 남쪽이냐 북쪽이냐' 묻지는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