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언제나 정신없다. 맞춰놓은 5개의 알람이 모두 울릴 때쯤 간신히 눈을 뜨고, 가뜩이나 비좁은 침대 위에서 대자로 뻗어 자는 강아지를 흔들어 깨워, 뒷마당으로 보낸다. 화장실을 갔다 와서 물 한잔 마시고 있으면 강아지는 어느새 뒷마당문 창문을 통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문 빨리 열어라. 아침공기가 차다. “라고 하는 듯싶어 어이가 없지만, 8년 동안의 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 주고, 아이들 방에 들어가 한 명씩 깨운다.
”늦었어. 늦었어. 빨리 일어나야 돼. “
두 번의 늦었어로 강조했지만, 사실 늦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분명 천천히 일어날 거고, 그럼 진짜로 늦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실눈으로 시계를 보고 시크하게 알았으니 나가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또다시 나의 연기가 통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부엌에서 아이들 도시락을 준비한다.(사실 요즘은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며 내 연기 실력이 늘었다는 식으로 떠들어 대기만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렇게 정신없이 아이들을 보낸다. 보내고 난 후 나도 부랴부랴 샤워를 하고, 노트북을 챙기고, 계란프라이와 우유를 먹고, 대충 널려있는 옷 중 하나를 입고 나오면, 어느새 기차시간이다.
아침에 Bronte 기차역은 한국보다 훨씬 훨씬 한산하다. 문이 어디서 열릴지 정확한 표시가 없어서 문이 열리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기차에 오르려 한다. 줄이 없고 그냥 눈치껏 순서대로 오른다. 어차피 늦게 타도 앉아서 갈 수는 있지만, 늦게 타면, 햇빛이 비치는 자리에 앉아 가는 내내 눈이 부시다. 그래서 타자마자 남들보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좋은 자리를 선점한다. 그렇게 오른 아침 기차에서 책도 읽고, 게임도 하고, 앞사람 구경도 하고, 창밖을 보다가,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 올라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다양한 사람들. 파란색 블루제이 야구팀 옷을 입은 가족들을 보기도 하고,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아저씨, 무슨 일인지 전화기를 붙들고 상담원과 씨름하고 있는 커플, 노트북을 열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청년, 무슨 생각 중인지 골똘히 창밖을 보고 있는 아줌마, 기대를 가득 안고 토론토로 향하는 사람들과 나와 같이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기 위한 사람들이 모두 한 기차에 타고 토론토로 향한다.
토론토 직장생활 10년 차, 나름 캐나다 직장생활에 적응했다. 아부로 붙어사는 사람. 일이 많을 때 사라지는 사람들. 맨날 궂은일만 하다가 결국 다른 데로 이직하는 사람. 일만 빼고 나머지는 다 잘하는 사람. 남의 실적을 자기 실적인척 하는 사람. 만만한 사람만 괴롭히는 사람. 만만하게 안보이려고 괜히 목소리만 큰 사람. 시끄러운 사람. 조용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 능력 있어 보이는 척하는 사람. 이상한 상사. 맘에 안 들어도 까라면 까는 수밖에 없는 상사들. 예전에 누가 캐나다 직장은 그래도 한국보다 좀 괜찮지?라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거기에 나는 마치 캐나다 생활 한 30년 한듯한 웃음을 보여주며, 그런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확히 대답해 줬다.
"사람 사는 거 다 완전 똑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