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두 달 살기를 생각할 때는 서울에 대한 그리움과 누릴 수 있는 많은 좋은 것들을 생각했었다. 친구들과 부모님과 언어장벽 없음과 싸고 다양한 음식들, 그동안 비싸서, 마음에 안 들어서, 사지 못했던 것들을 쇼핑하고,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곳 찾아가기 등등등. 나는 꽤 많이 기대를 하고 서울로 왔다.
실제 와서 보니, 기대했듯이 역시 좋았던 것들은 좋았고, 몇 가지 사소한 문제 (날씨, 습도, 더위, 땀, 열기, 땀띠, 더워 죽겠네) 도 있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예상과 많이 다르지 않았고, 예전의 서울은 여전히 내가 기억한 서울로 남아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내가 더 이상 서울에 살고 있지 않다는 거였다.
캐나다에 살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나이 들고 있음을 잘 알지 못한다. 거울에 보이는 그놈은 살만 찌지 맨날 그놈이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어리고, 팀장이 나보다 어리든 많든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가끔 세월이 빠르다고 느낄 때는, 내 나이가 아니라, 엊그제 결혼한 것 같은 친구의 아이가 학교에 갔다는 것과, 꼬맹이일 때 봤던 친구 딸이 대학교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뿐이었다.
서울은 예전과 겉모습이 많이 달라졌지만, 많은 부분이 예전 생각한 그대로였다. 지하철을 탈 때면, 도대체 어느 쪽으로 타야 하는지는 아직도 헷갈렸고, (무슨 역 방향이 아니라, 이쪽 방향으로 가면 다음 역이 뭐인지를 써줘요. 제발) 도로에는 여전히 차가 많고, 여전히 바쁜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과, 저녁때면 많이 지쳐 보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까지 서울은 여전히 내가 생각한 그 서울이 맞았다.
그런데, 더 이상 나는 서울에게서 삶의 냄새를 맡지 못했다. 못 타면 오늘도 지각하게 되는 꼭 타야 하는 지하철이 없었고, 어제 먹은 술을 해장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줄을 서는 콩나물해장국집이 없었다. 회사동료와 잠깐의 땡땡이를 위해 찾는 카페가 없었고, 일주일간 일을 하고, 드디어 찾아온 주말의 데이트를 위한 쇼핑몰이 없었다. 우연히 들른 동네 빵집의 케이크가 맛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감동을 느낄 수 없었고, 새로 생긴 카페의 커피가 200원이나 쌀 때 느끼는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이미 이방인이었고, 서울은 광화문,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과 인사동을 들러, 사진을 찍고, 캐나다 친구들에게 여름에 한국 갔다 왔다고 이야기하게 되는 그런 곳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서울이 조금 슬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