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어드_조지프 헨릭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
별점: 4.0/5.0
한줄평: 국가별 독특한 심리,문화,제도를 통계와 그래프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발간일: 2020년 9월 8일 (한국어 번역: 2022년 10월 24일)
읽은 시기: 2024년 2월 18일
1. 원문 제목은 "The WEIRDest People in the World: How the West Became Psychologically Peculiar and Particularly Prosperous"이다.WEIRD에 "서구의, 교육받은, 산업화되고 부유하며 민주주의에 사는" 형용사를 붙여서 5가지 키워드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축약어를 만들기 좋아하는 것도 영어 표현의 특징이다.
인류 전체 역사를 비교했을 때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느끼는 이 집단이 사실은 매우 이상하다(weird)는 뜻이다. 이 책을 읽는 일반 독자라면 "교육을 받고 영어를 구사하는"을 의미할 것이고 이 책을 읽는 한국인 역시 서구화된 교육을 받고 어느정도는 영어 구사 능력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인구통계를 비교하는 사례에서 한국 데이터는 다소 부족해서 아쉽다. 동아시아 국가로는 아무래도 중국과 일본 통계를 주로 사용하는 듯 하다.
2. 표본 편향. 대부분의 심리 실험의 결과들은 서구 사회의 대학생을 표본으로 하므로 매우 심각하게 편향된 표본이다. 인간 심리에 대해 과학자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많은 내용은 WEIRD라는 다소 이례적인 인구 집단에서 나온 것이다.
3. 문화가 생물학적 차이를 만든다. 우리 뇌의 읽기 회로는 초고속으로 자동으로 작동하며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성인의 95%가 읽고 쓸 줄 아는 사회는 5%만이 읽고 쓸 줄 아는 사회보다 얼굴 인식 능력이 떨어진다. 유전적으로 구분되지 않더라도 문화가 생물학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례이다. 문해율이 높은 사회는 인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 출현했으므로 그 전의 사회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독특한 현대 인구집단을 연구하면 그릇된 답에 다다를 수 있다.
4. 문해율 향상이 가져온 변화. 16세기 서유럽에 읽고 쓰는 능력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개신교의 확산과도 관련이 있다. 한 나라의 개신교인 비율을 안다면 20세기 초 국가 간 문해율 변이의 절반을 설명할 수 있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이센의 사례에서 볼 때, 비텐베르크에서 가까운 지방일수록 개신교 비중과 문해력이 증대되었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는 프로테스탄티즘의 확산으로 문해력과 학교 진학률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5. 개인주의 성향 비교. 북미 지역이 당연히 높고 동아시아 지역이 낮다. 흥미로웠던 점은 일본보다 한국이 개인주의 성향이 낮고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서구권 교육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일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높겠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집단주의 성향 비중이 높기 때문일 것이고 지역으로 봐도 서울 외 지역은 집단주의가 커질 것 같다. "서울에서 젊은 친구들끼리 어울리는 경우" WEIRD와 마찬가지로 한국 안에서도 굉장히 편향된 집단의 한국인만을 경험하는 것이다.
6. 탑승자의 딜레마. 친한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탔는데 친구가 제한속도를 넘어 달려서 사람을 쳤다. 목격자는 아무도 없는데 친구의 변호사는 당신이 친구가 제한속도를 넘지는 않았다고 증언해주기를 원한다. 당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친한 친구인 당신이 거짓이라도 친구를 위해 증언을 해줘야 한다
b) 친한 친구라도 이러한 부탁을 기대할 권리는 없으며 당신은 허위증언을 하지 않는다.
b)를 선택한 사람의 비율이 많을수록 보편주의적, 비관계적 응답을 하는 것이다. 북미는 대부분 b)를 선택했으나 동아시아의 경우 그 비율이 낮아졌고 한국의 경우 현저히 낮았다. 이것은 특수주의적, 관계적 응답으로 가족과 친구에 대한 충성도를 보여준다.
탑승자의 딜레마에 대한 한국의 통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내집단 편향을 보여준다. "우리가 남이가?",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느그 서장이랑 내가! 사우나도 하고! 다했어!" 같은 영화 명대사를 떠올리면 쉽다. 북미보다는 약하지만 일본은 생각보다 보편주의가 강한 편이고 중국도 최하점은 아닌데 한국은 최하점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할 때는 소위 "꽌시(관계)"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적어도 탑승자의 딜레마의 사례에서는 중국보다도 한국인의 내집단 편향이 더 강하다. 다만 국가 간의 문화를 비교하는 통계일 뿐이므로 좋고 나쁨에 대한 가치 판단은 하지 않는데 좋게 표현하면 "친구에 대한 의리가 강한 것"일 수도 있다.
7. 족벌주의(nepotism)나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는 경제학 교과서에서 관료들의 유착관계로 특정 집단에 특혜를 주는 불공정성과 실패 전형으로 배운다. (애초에 경제학 교과서 자체가 서구의 부유한 나라에서 발전했다)
그런데 "친구에게 충직하고 관계주의적인 문화가 있는 곳"에서는 친구를 위해 회사 내부정보를 제공하거나 친구 보험료를 깎아주기 위해 거짓 건강검진을 하고, 친구가 하는 레스토랑의 음식이 훌륭하다고 리뷰를 올려서 친구를 돕는 것이 올바른 대답이 된다.
8. 내집단 충성도. 사촌 간 결혼 비율이 높을수록 경영자들이 법정에서 더 기꺼이 허위 증언을 한다. 이 산포도에는 한국이 빠져있어서 다소 아쉽다. (한국인은 애초에 결혼 자체를 안하는게 문제다) 인도, 파키스탄은 40-50% 수준이라고 하는데 10-100구간은 로그 스케일이라서 주의깊게 봐야한다.
8. 공공재 게임과 게임이론. 4명의 그룹 프로젝트에서 매 회차 20달러가 주어지고 0-20달러 사이 금액을 기부할 기회가 주어진다. 게임이 끝나면 기부금은 50%가 늘어나서 구성원끼리 나누어 갖는다. 구성원 전체가 파이를 크게 나눠갖는 방법은 모두가 전액을 기부하는 것이지만 내가 기부를 안할수록 내 몫의 파이가 커진다는 딜레마가 있다. 게임 이론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사례이며 "라이어 게임" 같은 만화/드라마에서도 인용되기도 했다.
경제학 교과서의 답변은 "역진귀납(backward-induction)"을 통해 각 플레이어가 행동을 바꿀 유인이 없는 선택지에서 내쉬균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무한히 진행하는 게임인지, 유한히 진행한다면 몇 회차까지 플레이할지도 중요하다. (내쉬균형은 존 내쉬의 일대기를 다룬 뷰티플 마인드라는 영화로도 유명하다. 미시경제학을 배운다면 과점 시장에서 쿠르노 균형점을 배우면서 내쉬균형을 구하는 연산을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10회차를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 전략이 합리적일 것 같다. 다음 회차가 있으므로 앞 회차일수록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대신 마지막 회차가 다가올수록 배반을 하는게 유리해진다. 요즘 예능으로도 많이 나오는데 합리적인 플레이 방법은 첫 회차에서는 구성원들을 설득해서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식일 듯 하다.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가장 개인의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며 공동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발언권도 높일 수도 있다.
다만 경제학은 국가나 문화, 인종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는 않는데 이 책에서는 국가별로 공공재 게임의 기부금 차이를 밝혔다. 친족 집중도가 낮을수록 첫회차에 기부를 많이한다는 것인데, 실제 사회문제로 연결하면 가족간 유대가 낮은 나라일수록 헌혈(기부)을 많이하고 반대로 가족 간 유대가 높은 나라일수록 거의 헌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