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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시스 백화점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

관광지 소개 보면 뉴욕에 꼭 들르게 되는 곳이 몇 군데 있죠. 유명한 쇼핑몰이라든가. 메이시스 백화점이면 빠지지 않는 곳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라고 자랑스럽게 광고하는 곳이에요. 아무리 봐도 건물 채로 제2 롯데월드 안에 귀엽게 쏙 들어갈 것 같지만 워낙 오래된 곳이니 언젠가 세계 최대일 때가 있던 것이겠죠?


보통 오래됐다고 하면 '100년 넘었나' 싶은데요, 메이시스 백화점 맨하탄 본점 건물도 당연히 100년 넘었습니다. 1902년에 지었다니까 우리로 치면 대한제국 때네요. 건물 안에는 나무로 만든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우구국' 하면서 아직도 잘 작동합니다.

나무 에스컬레이터 (출처 : 구글)


지금 기준으로도 상당히 크긴 합니다. 블록을 통째로 한 건물이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이 앞 거리에서 각종 퍼레이드라든가 공연도 크게 열리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멋모르고 우리나라 쇼핑몰 생각하고 애들 데리고 찾아갔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백화점 자체는 괜찮습니다. 유치가 까다로운 루이뷔통 같은 명품샵도 입점해 있으니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곳임에는 틀림없죠. 그리고 바깥 거리는 핫플레이스라서 항상 사람들이 북적이는데 실내는 한산합니다. 넓은 것도 한몫하지만 기본적으로 장사가 잘 안 되는지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쇼핑하기에는 쾌적합니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는 한국 쇼핑몰을 생각하고 들어가면 몇 가지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일단 안에 화장실이 몇 개 없어요. 저는 이게 굉장히 충격이고 불편했거든요. 

대놓고 '세계 최대'라고 말하고 있다

어딜 가든 항상 아들 하나(만 4세) 딸 하나(10개월)가 덤으로 붙어있다 보니 애들 손 씻고 쉬하러 수시로 화장실에 들러야 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백화점이라면 모든 층마다 화장실이 있는 건 당연한 거고, 화장실이 몇 군데 있냐, 유아 휴게실이 얼마나 쾌적하냐로 좋은 곳을 가리잖아요.


지하 포함 11층짜리 메이시스 백화점에 남자 화장실은 딱 3곳뿐입니다. 맨 위 9층, 7층, 그리고 LL층이에요. LL은 낮은 로비층입니다. 로비층 = 땅층 = 우리나라 1층이니까 낮은 로비층은 반지하층 같은 겁니다. 그 큰 백화점에 화장실이 이렇게  딱 3곳뿐이에요.


그마저도 미로처럼 복잡해서 로비층에서 화장실 가려면 한층 내려가서 어디로 돌아가서 반층 올라가서 찾아야 해요. 여자 화장실은 찾아본 적이 없지만 비슷하지 싶네요. 왜 잘 모르냐면 남자 여자 화장실이 가까이 붙어 있지 않거든요. 층도 달라요. 


그러니까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다가 애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면 가까운 화장실로 이동했다가 돌아와야 하는데요. 걷다가 지쳐서 그냥 안 사고 다른 매장으로 넘어갑니다. 




푸드코트도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화점이라면 보기만 해도 눈 돌아가는 온갖 식품관이 모여 있는 곳이잖아요. 메이시스에도 푸드코트가 있긴 있습니다. 지하 2층에 있는데요. 기대하기로는 뉴욕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들이 다 있을 줄 알았거든요.


식품관은커녕 푸드트럭 2~3대 놓은 수준이에요. 메뉴는 언제 튀겼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치킨을 끼운 샌드위치 정도입니다.

아니 정말 최악이었는데 사진이 왜 이렇게 잘 나왔을까요

비주얼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아무래도 애들 먹이기는 좀 곤란한 거죠. 당시 만 4살인 첫째는 그때까지 피자 햄버거 같은 음식은 전부 홈메이드로 만들어 먹였지 사 먹인 적이 없었거든요. 둘째야 돌도 안 됐으니 말할 것도 없고요. 


메뉴 중에 마침 구운 닭고기가 있길래 시켜봤는데 진짜로 '과거에 구운 적이 있는 고기였던 것'을 살사 소스에 담가서 주더라고요. 사진에서 저 뒤에 보이는 건데요. 이것도 왠지 사진이 끝내주게 나왔는데 먹어보면 살이 거의 없어요. 소스 아래에 정말 얇게 살 비슷한 튀김 껍질이 있고 소스도 맵고 자극적이어서 저 혼자 억지로 반 정도 먹고 나올 수밖에 없었네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뉴욕에 있는 쇼핑몰이 대개 그렇습니다. 식품관 자체가 없어요. 또 이야기하겠지만 한국식 쇼핑몰, 그러니까 옷가게도 입점해 있고 마트도 있고 화장실! 화장실이 있는! 현대식 건물의 복합 쇼핑몰은 훗날 뉴저지에서 처음 발견하게 됩니다. 얼마나 감동이었을지 상상이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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