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교통

초록불에 갑니다

사우디에 대해 뭐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역시 잘 모를 때는 의식의 흐름대로 가는 수밖에 없죠. 공항에서 내려서 가장 처음 마주한 과제가 우리가 머물 호텔까지 차를 타고 가는 거였으니 첫 주제는 교통으로 하겠습니다. 


리야드의 교통은 직전에 살았던 맨하탄의 일방통행과도 달랐고 우리나라와도 달랐습니다. 일단 우측통행인 건 같습니다만, 여기는 초록불에 차가 갑니다. 그냥 가는 게 아니라 전(全) 방향의 차가 갑니다. 


앨범을 뒤져봐도 마땅한 사진을 찍어둔 게 없으니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가에게 아웃소싱한 삽화로 갈음하겠습니다.

적잖은 의뢰비가 투입된 고급 삽화

사우디에서는 초록불이 들어오면 그 방면의 차는 어떤 방향이든 원하는 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아주 직관적이죠. 좌회전 화살표 신호등도 없고 버스 전용 신호등도 없어서 헷갈릴 요소가 정말이지 없습니다. 그냥 '초록불에 간다' 하나만 알면 됩니다.


그림에서 보는 1번 차는 좌회전과 유턴을 다 할 수 있습니다. 2번은 직진이고요. 3번은 우회전입니다. 우회전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빨간불에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번 차가 좌회전과 유턴을 할 수 있다는 데서 뭔가 위화감이 들지 않으시나요? 우리나라나 어디라도 보통 사거리에서 이쪽이 가면 중앙선 넘어 맞은편에서도 차가 오잖아요. 사우디에서는 안 옵니다. 왜냐하면 거기는 빨간불이거든요. 


이쪽에서 가는 차가 초록불을 받았다는 건 다른 모든 방향의 신호가 빨간불이라는 뜻입니다. 즉 사거리에서는 항상 한쪽에 있는 차만 운행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일단 빨간불에 멈추면 오른쪽, 맞은편, 왼쪽의 모든 차가 한 번씩 초록불을 받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죠.


이게 운전면허 딸 때는 직관적이라 좋은데 그것만 빼면 실생활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차가 조금 붐비는 곳에서는 신호를 받아도 한 번만에 다 지나갈 수 없는 곳이 있잖아요. 그런 데서는 사거리의 모든 방향이 각각 두 번씩 신호를 받고 여덟 번째 신호에야 갈 수 있는 거니까요. 앉은자리에서 15분이 사라집니다.


그러다 보니 리야드 도심 중심부를 제외하면 아예 사거리를 안 만드는 식으로 도로망이 발달했습니다. 아웃소싱 삽화를 한 편 더 의뢰했습니다. 삽화 제작에 계속 예산이 들어서 큰일이네요.

이런 식입니다. 사거리처럼 길이 교차할만한 곳에는 아예 고가를 만들어서 멈추지 않고 다닐 수 있게 한 것이죠. 그래서 길에 신호등도 거의 없습니다. (←복선)

고가도로를 이용한 삼성 광고

사우디 교통 체계가 사거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고가 통행을 선택한 건 신호 대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는 효과를 봤지만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옵니다. 무슨 문제인지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전 02화 안녕? 리야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