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사우디는 덥습니다. 당연하죠 사막이니까. 그런데 그 더움은 평생 우리나라에서만 살아온 사람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다른 차원의 더움입니다.
리야드에 처음 갔을 때 길에 인도가 없는 걸 보고 매우 분노했습니다. 뉴욕에서는 웬만한 거리는 다 걸어 다녔기 때문에 걷기 좋은 길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커졌거든요. 그렇지만 분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인도가 있든 없든 길에 걸어 다닐 일이 없다는 걸 금방 깨달았거든요.
사우디의 더위는 통증을 유발하는 더위입니다. 한낮의 볕을 쬐고 있으면 아파요. 더워서 땀이 나는 게 아니라 피부가 아픕니다. 볕을 쬘 일은 집 현관문에서 주차장까지 가는 것밖에 없는데도 쬘 때마다 새롭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집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간 뒤, 대문을 열고 길가로 나가면 전방 약 20미터 앞에 쓰레기 버리는 곳이 있거든요? 그런데 낮에는 거기까지 가는 게 힘들어서 쓰레기를 안 버립니다.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차를 타고 길에 다녀보면 낮에 걷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더위가 아니거든요.
사우디의 공식 여름 기온은 현지 뉴스에 따르면 49도 정도밖에(?) 안 오르는데 체감 온도는 훨씬 높습니다. 사우디 정부에서 너무 기온이 높으면 관광객들이 도망갈까 봐 통제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갭이 커요.
40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찍은 적이 있는데 그거랑 9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말도 안 됩니다.
사우디 햇볕은 덥게 하는 것 말고 자외선도 굉장히 강해요. 그래서 플라스틱이 버티질 못합니다.
집 마당에 수도꼭지가 있길래 호스를 연결해 놨거든요. 물이라도 자주 뿌려보려고요. 그런데 볕을 받은 고무호스가 삭아서 부러지더라고요. 호스를 새 걸로 바꿔서 이번에는 플라스틱 통에 둘둘 말아 넣어놨는데 며칠 지나니까 플라스틱 통 뚜껑이 과자처럼 부스러집니다.
한 번은 외출했다 돌아와서 문을 열려는데 현관문 손잡이 볼트가 삭아서 부러졌습니다.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곳이거든요. 관리실에 수리를 요청했는데 놀라지도 않습니다.
손잡이에 둘둘 말아둔 건 행주로 쓰던 천인데요. 그냥 만지면 손잡이가 너무 뜨거워서 화상을 입기 때문에 천으로 둘러놨습니다. 자외선이 강해서 저 천도 삭다보니 분기별로 갈아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