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다 마트에 갇혀본 적 있으신가요? 사우디에 살면 가끔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트에서 한창 장을 보고 계산하러 갔는데 사람이 없습니다. 계산대 10여 개가 다 비어 있는데 둘러봐도 아무도 없어요. 기다려도 캐셔가 오지 않습니다. 스릴러 영화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진 것처럼 아무도 없어요.
비어있는 계산대 처음 당하면 적잖이 당황하는데, 캐셔가 기도하러 간 겁니다. 무슬림은 하루에 5번 있는 기도 시간을 꼭 지켜야 하는데 그중 3번째 기도 시간이 보통 낮 3~4시 사이거든요. 한창 업무를 할 시간인데 기도하러 갑니다.
그럴 때는 꼼짝없이 기다려야 해요.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습니다. 기도 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고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거거든요.
셔터를 반만 내린 쪽문 그렇다 보니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 매장에서는 20~30분 만에 얼른(?) 끝내고 나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대중없습니다.
기도 시간 전부터 모스크나 기도실로 모이고 발 씻고 (기도실 옆에는 반드시 발을 씻는 시설이 있습니다) 하니까 만약 일을 하는 도중이었다면 기도 한 번에 1~2시간은 녹는다고 봐야죠.
물론 물리적으로 감금된 건 아닙니다. 바빠서 빨리 가야 한다면 장 본 거 포기하고 카트를 버리면 쪽문으로 빠져나갈 수는 있습니다.
남겨진 카트와 장 본 물건들 한 번은 치킨을 사러 갔는데 이 양반이 주문을 받더니 기름통 가스불을 끄고 그 자리에서 기도를 하더라고요. 일몰 기도시간이었거든요. 아차!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조리사가 주방 바닥에 주섬주섬 카펫을 깔고 거기서 기도를 하는데 치킨 값을 벌써 내버려서 얄짤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니 그러면 계산하기 전에 말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