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마케팅, 라자라자만나르
마케팅은 계속 변할 것이다.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광고를 싫어합니다. 마케팅은 상술에 불과하고 그런 상술에 속아 넘어가는 멍청이는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하루에 노출되는 광고만 3000~500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광고에 사람들은 지쳤습니다. 요즘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6억 명 정도에 해당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얼마나 광고를 싫어하는지 잘 알 수 있죠.
"아니 광고를 못하면 마케팅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인데, 이제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답은 언제나 과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마케팅의 발전과정을 돌아보는 건 미래를 예상하는데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마케팅은 역사적으로 고전시대부터 존재했었다는 게 정설이지만, 압축적으로 현대의 마케팅 역사를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첫 번째 시대는 제품 마케팅의 시대입니다. 마케팅의 시작은 제품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이성적이기 때문에 알아서 제품의 우수성을 알아봐 줄 것이고 마케터들은 제품의 뛰어난 점만 잘 홍보하면 된다는 것이 이 시대의 주된 관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이성적이기만 한가요?
두 번째 시대는 소비자들의 이성보단 감정을 중시하던 감정 마케팅의 시대입니다. 이때의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동경하는 스타들을 전면으로 내세워 마케팅을 했습니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을 CK는 브룩쉴즈를 전면에 내세워 광고를 주도했죠.
세 번째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성장한 데이터 마케팅의 시대입니다. 홈페이지 배너광고가 도입되고 얼마나 클릭하는지 클릭수를 바탕으로 광고 효과를 판단하게 된 시대입니다. 마케터들은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됩니다.
네 번째는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sns 마케팅의 시대입니다. 현대의 우리의 삶은 sn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죠. 광고보다는 리뷰, 스타보다는 인플루언서가 중요한 시대가 우리가 살고 있는 sns 마케팅의 시대입니다.
다가올 새 시대의 마케팅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퀀텀 마케팅'의 저자 라자 라자만나르에 따르면 미래의 마케팅은 엄청난 신기술들의 도입과 더불어 현재 마케팅 이론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 하는데요. 이를 '극도의', '갑작스러운'이란 뜻의 quantum을 사용해 퀀텀 마케팅이라 부릅니다.
퀀텀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신기술과 과거이론의 붕괴입니다. 여기서 신기술이란 AI, 증강현실, 가상현실, 블록체인, 사물인터넷과 같은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고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와 합쳐져 더욱 스마트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내가 쓴 스마트 안경에서 전방 200m 앞에 별점 5개짜리 짜장면집이 있다고 알려주는 방식이죠. 마케터들은 이런 기술의 도입에 손 놓고 있어선 안되고 이런 기술을 통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AI의 경우 SF영화에서 등장하는 똑똑한 개인비서로 발전하게 될 텐데, 자신의 제품이 AI의 선택을 받으려면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하는지 공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마케팅 시대에 검색최적화(SEO)와 같이 AI가 발전한 시대에도 AI최적화가 등장하게 될 텐데 이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런 신기술들이 도입되면 현재 마케팅 이론들은 쓸모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깔때기 이론(소비자들이 제품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고 직접 구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설명한 이론)은 유명무실해질 수 있고, 고객의 절대적인 충성심을 바라면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 같은 현재의 이론은 헛된 기대가 될 것이라 말합니다. 이제 고객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만 제품을 찾을 것이고, 신기술은 이런 소비자들의 더욱 똑똑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획기적인 마케팅 기법 같은 건 없을까요? 다가올 미래까지 걱정하는 건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요. 저자는 마스터 카드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를 맡았을 때 실행했던 독특한 마케팅 방법들을 소개하는데요. 그중 제 눈에 띈 가장 신기한 마케팅 방법은 다감각 마케팅이었습니다.
다감각 마케팅이라면 너무 딱딱하니까, 그냥 오감 마케팅이라고 하는 게 쉬울 것 같은데요. 오감 마케팅은 말 그대로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자는 마스터카드에 미각을 접목시키기 위해 아프리카의 유명한 레스토랑을 미국에 들여와 팝업스토어를 만들었던 과정을 설명하기도 하고, 청각을 자극하기 위해 카드를 결제할 때 사용되는 멜로디를 만든 사례를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청각을 자극한 사례가 인상 깊었는데요. 마스터 카드는 음성로고송을 만들기 위해 여러 음악가들과 협업을 했는데, 그 음악가 중에 제가 사랑했던 락밴드인 린킨파크의 래퍼 마이크 시노다가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 시노다에 따르면 마스터카드의 음성로고는 문화적으로도 취향적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고 하네요.
"띠리링~"하는 소리가 넷플릭스의 유명한 "뚜둥"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마스터카드의 청각을 통한 마케팅은 넷플릭스만큼 히트를 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스터 카드와 같이 보수적으로 보이는 기업의 이미지를 한층 젊고 친숙하게 만드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죠.
이처럼 마케팅은 언제나 신선하고 창의적이어야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신선했던 블로그 마케팅도 그렇고 요즘 뜨는 인플루언서 홍보도 처음엔 신선했지만 이제는 뭔가 구식 같아 보이는 것처럼 시대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어떻게 변화해 갈까요? 저자의 말처럼 AI비서가 간택해 주길 바라면서 AI최적화를 고민하고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신기한 마케팅 기법이 생기게 될까요?
마케팅은 항상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냥 쉽게 말합시다. '나이는 들어도 정신은 젊게 살아가자.' 이렇게요. 거창한 마케팅의 미래를 예상하기 어렵다면 그냥 정신만 젊게 살아가보죠. 그럼 다가올 퀀텀 마케팅의 시대에도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마스터 카드 음성로고송 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NOSUzE0iaZQ
[마스터 카드 음성로고송 관련 기사]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021517101911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