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사춤 방통이 빵꾸났다
12월 10일 일요일. 한국에 와 공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한숨 돌린 날이다.
주말에 엄마가 오셔서 현장도 보고 사부작사부작 청소도 해주셨다. 역시 엄마는 마음의 고향, 긴장되고 불안했던 마음이 좀 여유로워졌다. 엄마는 계속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이런 일을 벌였어야 잘 도와주지' 하시는데, 어머니 그때는 돈이 없었쟈나요.
무튼, 다음 주 중에 외단열 작업을 들어가서 월요일에는 무조건 창호 사춤을 해야 하기에 주말에 미장사장님께 확인차 연락을 드렸다. 조적 하셨을 때 일정을 잡아놨었는데 양생 기간 동안 혹시 잊으셨을까 봐.
답이 없으시다. 주말이라 그런가?
비가 왔다.
사춤과 방통의 날이었지만, 미장 사장님은 결국 연락이 두절됐다. 아아. 다른 작업도 아니고 시간 오래 걸리는 미장인데! 앞으로 며칠 계속 비 예보가 있어 최대한 빨리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대-빵꾸다.
이 미장사장님, 작업도 잘해주시고, 유리 블럭도 날라줄 사람이 없어 고민했는데 선뜻 가져와 주시고, 농담도 많이 나누고 해서 내적친밀감이 엄청 높았었단 말이다. 그래서 펑크를 냈다는 배신감보다 무슨 일이 난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전에도 원래 섭외해 놓았던 전기사장님이 코로나에 걸려 작업 취소를 하셨어서, 비슷한 일이 아닌가 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작업 도구들도 다 두고 가셨는데. 그런데 주말 내내, 월요일이 끝나가도록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선불 없이 일당으로 계산했던 게 다행이었나.
부랴부랴 대체해 주실 작업자 분을 찾았다. 제주 인기통, 인테리어 카페, 숨고, 당근 모두 미장하시는 분 섭외를 해봤지만 역시 당일에 찾는 일은 불가능한가 보다. 마지막으로 설비사장님이 잘 아실 것 같아 부탁드려 봤더니, 설비 사장님 쪽 미장 사장님은 수요일에나 작업이 가능하시단다. 어쩔 수 없이 외단열 작업자분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작업을 뒤로 미뤘다. 더 이상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사장님들이 안 오신 텅 빈 우리 집, 낯설었다. 비도 오고, 마음에도 스크래치가 났지만 놀 순 없다. 오늘은 외근(?)을 하자. 일단 제주시로 달려가 KS타일에서 화장실용 타일을 결정하고 주문했다. 제주시에 간 김에 마루도 실물로 보고 싶어 무등 건축자재도 들러보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예쁘고 저렴한 나투스진 그랑데가 있다고 들어서이다. 역시 괜찮네. (보기엔) 일단 마음속에 킵 해두고. 청암 샤시에서 주문해 둔 부엌창이 완성이 되었다고 해 청암에 들러 창호도 픽업했다. 집에 오는 길에 영림도어 전시장이 보여서 화장실 문도 한번 훑어보았다.
직영 공사를 하면, 특히 작은 공사를 하면, 게다가 외지인이 집주인이라면 이렇게 말도 없이 작업이 뒤로 밀리거나 연락두절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우리집 공사만 해도, 지난번 사라지신 조공 목수님 한 분을 시작으로, 독감에 걸리셔서 갑자기 못오신다는 전기 사장님, 그냥 연락이 안되던 타일 사장님, 작업하시다 떨어져서 다쳐 못오시겠다는 분들 등등 많았다. 정말로 사고가 났거나 편찮으셨을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일단 의심하게 된다. 속상하지만, 이런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괜찮은 일이다"
그래. 누가 우리 현장에서 다친것도 아니고,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니다. 다른 분을 찾으면 된다. 조금 시간이 늦춰지고 조금 더 돈이 드는 것 뿐. 고삐를 늦추고 괜찮다는 마음을 유지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모로 가던, 집이 완성되면 되는 일이니까요.
오늘의 팁
청암에서 샷시를 주문하면 적어도 9일은 걸립니다.
그리고 작은 창호라도 프레임이 끼워지면, 거기에 이중창이면 생각보다 부피가 훨씬 커집니다. 직접 픽업하러 가실 땐 차를 비우고 가세요~ 그리고 수건을 몇 개 같이 가져가셔서 창호/ 차 시트를 보호하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