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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줌마 Sep 22. 2024

그 내장이 아니고요

공사 9일 차, 내장 목공, 빠데, 현관문 설치

일요일에 진행됐어야 하는 사춤 방통이 사장님의 연락두절로 수요일로 미뤄졌다.

그러나 공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싱가폴에 있는 가족들이 오기 전에 공사는 최대한 마무리되어야 한다. 


공사 9일 차, 진행된 작업은 다음과 같다.  

- 현관문 

- 내장 목공 진행

- 천장 빠데 (극 일부)


현관문이 달렸다


아마 보통의 속도로 공사를 진행한다면 현관문을 이렇게 일찍 달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사 중에 작업자분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해야 해서, 무겁고 예민하고 소중한(비싼) 코렐도어를 이렇게 고생시키진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시간상 외단열과 내부 목작업을 동시에 들어갈 예정이기에 외단열 작업 전에 현관문을 달아야 했다.  장점이라면, 집은 한결 더 아늑해졌고, 작업자분들은 조금 더 따뜻한 공사장에서 일하실 수 있게 되었다. 

소듕한(그리고 비싼) 현관문 

작업을 다시 한다면 현관문 설치를 하고서는 보양을 잘 해놓을 것이다. 대충 설치된 보호 비닐만 붙여 놨었는데, 자꾸 떨어지고 빈 부분이 있었는데 상처도 나고 시멘트가 묻어 나중에 지우는데 한참 걸렸다. 현관문은 공을 들여 잘 감싸놓자.



내장 목공


그냥 목공 보단 내장 목공이 어쩐지 전문적인 느낌이 나지 않습니까.(?) 별건 아니고, 건물 내부의 목공사를 내장 목공이라 한다. 이미 목공 작업은 몇 차례 언급되었지만, 어떻게 목수님께 부탁을 드렸는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목수님은 사실 처음 면접 출장(?) 왔을 때 뵌 분은 아니었다. 인기통 카페에서 일당 작업하시는 목수님들 중 카톡으로 말씀 나누어봤을 때 뭔가 나랑 잘 맞을것 같은 분을 찍었는데, 운 좋게도 좋은 목수님을 만났다. 목수님들은 공사중 가장 오랜 기간동안 뵙기에, 실력도 실력이지만 건축주랑 쿵짝이 잘 맞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목수님께 견적 요청할 때는 방문 전 아래의 정보가 필요하다. 


- 벽체 밑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마감을 어떻게 할 것인지)

- 천정 작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

- 내부 단열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가벽이 필요한 부분의 크기와 모양은 어떻게 할 것인지 

- 문은 어떤 종류로 할 것인지

견적 요청문자(?) 요거랑 현장 방문을 통해 대략의 견적을 받았다


벽 밑작업과 마감

집 내부 벽면 마감으로 보통 페인트나 벽지를 바르는데, 구옥의 벽면을 반듯하게 만들려면, 벽돌과 시멘트로 마감된 벽체를 석고 보드로 감싸야한다. 그 첫 번째 단계로 각재로 시멘트 벽면에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목상 건다고, 혹은 다루끼(2x2inch 긴 막대) 잡는다고도 한다. 그 위에 석고 보드를 올리는데, 보통 페인트는 벽면의 수축팽창을 줄이기 위해 석고보드를 2겹 (2p, 2 ply) 대고, 벽지를 올리려면 한 겹 (1p) 친다. 우리 집은 페인트 도장 마감을 하고 싶어 석고 2p를 말씀드렸었는데, 더 튼튼하고 단단하게 하는 게 낫다고 합판 5미리 위에 석고를 치기로 했다. 


천정

천정은 천정고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지붕의 모양을 따라가거나, 구옥인 경우 서까래를 노출하거나 (이 경우 돈이 많이 든다. 서까래 모양대로 석고를 자르고 서까래를 다듬는데 엄청난 품이 들며, 요즘엔 한두 개만 노출하는 추세다..), 평천정으로 덮거나 할 수 있다. 천정 마감의 방법에 따라 견적 차이가 많이 나므로 선택을 잘해야 한다. 


내단열

단열 역시 목공사의 주요 선택사항 중 하나이며, 여러 방법이 있고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내부에서 단열을 하면 아무래도 실내 공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 외단열을 잘하는 게 좋다고 한다. 제주 구옥은 돌집의 벽면을 살리고 싶은 분들이 많기에 내단열을 많이 하는데, 우리 집은 80년대 지어진 농가주택으로 돌집은 아니어서 (다행히?) 외단열을 하기로 했다.

어떤 방식의 단열이 좋은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제주 현장의 목수님들은 외단열을 하면서 온도리(열반사 단열재)를 같이 하라 하셨는데, 패시브 학회에서는 온도리는 아무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습기배출을 막아 결로가 생길 수 있으니 안 하는 게 낫다 하셨다. 결과적으로 우리 집에는 외단열과 끊어지는 부분의 내단열만 했는데, 작년에 조금 추웠다. 그게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공사가 끝나 보일러를 그때야 틀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단열을 덜 한 건지 모르겠다. 올해 다시 봐야 알겠지만, 무튼, 우리 집은 내부 천장에는 글라스울 단열재, 벽체 내단열에는 부분적으로 아이소핑크 50T만 넣기로 했고, 견적 시 도면에 내단열이 필요한 부분을 마킹해 전달드렸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온도리 (우리 집 아님)


가벽과 문

요즘 한창 유행하는 아치형 가벽이나 문을 위해서는 오징어 합판이라고 구부러지는 합판이 필요하다. (정식명칭은 플렉시블 합판 flexible/bending plywood) 우리 집은 방이 2개인데, 처음에는 둘 다 아치형 가벽만을 세우고 커튼으로 공간 분리를 하려 생각했었다. 아이도 있고, 상시로 시부모님도 오시고, 상주 도우미도 있어 프라이버시는 진작에 내려놓았기에 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수님의 강력 권유로 방 하나에 문을 달았는데, 말씀 듣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부모님이 오시거나 게스트가 왔을 때 공간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더라. 


문이 필요한 공간에 가벽을 계획한다면 포켓도어를 추천한다. 어차피 벽이 들어가는 공간이 있으므로 그 사이에 문을 숨기면 깔끔하기 때문에. 무튼, 견적을 위해서는 어디에, 어떤 브랜드의 어떤 종류의 문을 누가 설치할 건지 말씀을 드려야 한다. 문은 종류도 브랜드도 부자재도 천차만별이기에, 견적 전 충분한 사전 조사후 원하는 사양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정확한 견적이 나온다. 

슬라이딩 도어(좌) 와 포켓 도어(우)


위의 작업 개요로 15평 우리 집은 15~20품 정도로 견적을 받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작업이 되었다. 자재는 로스를 줄이기 위해 공정 시작 전에 공정별로 80% 정도만 우선 발주하기로 하고, 결제는 자재상으로 직접 했다. 인건비는 목공사가 끝난 후 일당으로 계산해 넣어드렸다. 공사 9일 차, 이때까지 목작업은 5일 진행되었고, 천정은 다 끝나고 벽체는 절반정도 진행되었다. 



빠데를 해볼까 


공사를 준비하며 비용절감을 위해 셀프로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벽지 제거와 페인트 작업이었다. 

벽지 제거는 어차피 올가베(전체 내부 면작업) 새로 칠 것이기 때문에 필요 없다 하셔서 '에너지를 아껴 페인트를 칠할 수 있겠네!' 했다. 내 계획을 들은 목수님, 한사코 그거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거 힘들어서 한국 작업자들도 안 하고 중국 작업자들 쓴다고. 그렇지만! 나는 바로 말을 듣지 않는다. (고생해봐야 아는 편) 나름 국내외 유튜브로 어떻게 할 건지 배우고 도구도 비이싼 것으로 샀기 때문이다!  작업자분들이 떠난 뒤 일찍 저녁을 먹고 한번, 빠데에 도전해 보았다. 


빠데는 본래 퍼티(Putty, 메꾸미)에서 온 말로 페인트칠 전의 밑작업을 말한다. 석고 보드 위에 타카자국, 보드와 보드 사이의 틈 등을 매끈하게 메꿔 페인트가 깔끔하게 먹게 하는 작업인데, 작은 자국은 퍼티를 바로 바르지만 보드의 틈은 테이프를 바른다. 보통은 망사 테이프를 쓰는데, 더 깔끔한 마감을 위해서는 파이버 테이프(fiber tape)가 좋다 해서 파이버 테이프를 다섯 롤이나 샀다. 퍼티 작업 도구계의 에르메스는 마샬타운이라고 어디 해외 브랜드인데, 셀프로 할 거니까 도구를 좋은 거 써야 한다면서 호기롭게 헤라니 퍼티 팬이니 다 거기서 샀다. 

할 줄도 모르면서 막 샀다..

준비는 끝났으니 시작해 볼까나, 하고 택배를 뜯어보는데 헉.. 퍼티 팬에 헤라가 안 들어간다. 헤라를 너무 큰 걸로 샀다. 3만 원이나 줬는데... 결국 2천 원짜리 고무헤라를 잡았다. 파이버 테이프를 붙여볼까 하는데 안 붙는다. 생각보다 파이버 테이프는 두꺼우면서 무거웠고, 접착성이 없어 퍼티를 너무 얇게 펴 발라놓으면 떨어진다. 이래서 망사테이프를 쓰는구나... 망사테이프는 자체적으로 접착성이 있어 퍼티 없이도 잘 붙는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붙였다. 천정이라 잘 떨어지는 걸 거야, 그런 걸 거야. (나중에 업자분들께 쓰시라고 드렸더니 안 쓰셨다. 이런 거 안 쓴단다) 



처음엔 밝을 때 끝내고 집에 가려 했었는데, 껌껌해지고 나서야 겨우 천장 끝에서 끝, 한 줄을 끝냈다. 다른 것보다 목이 너무 아파서 이 작업 계속하다가는 남은 공사를 진행 못 할 것 같았다. 돈은 다른 방법으로 아끼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하여 겨우 한 줄 빠데 작업을 하고 9일 차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오늘의 팁도 아닌 팁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기자.


후기: 페인트 하러 온 중국인 작업자 친구가

"누나(나를 지칭), 이거 누가 한 거야? 왜 한거야? 중국어 중국어 중국어 (욕한 것 같음)" 

내 눈물의 빠데 천장을 올빠데(벽면 전체를 빠데 작업 하는 것) 발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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