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공사 13일 차. 도장, 조명, 외단열
페인트 도장 작업이 끝났다. 처음부터 페인트 도장을 생각했기에 목수님이 신경 써서 깔끔히 작업을 해주셨고, 덕분에 도장작업도 수월하게 끝났다. 1차 빠데 작업 1.5일, 올 빠데 1일, 에어리스 뿜칠 도장 및 보수작업 0.5일, 총 약 3일간의 공정이었고,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하면 바로 마르기 때문에 작업이 빠르게 진행된다. 페인트는 정말 노동 집약적인 작업이라,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외주 작업을 추천한다. 공사 기간은 길고, 우리는 끝까지 힘을 내야 하니까요...
무튼 페인트 도장이 들어오니, 정말 공사장에서 집이 되었다.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느낌... (그러나 그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다 하하하)
깔끔한 도장 마감을 위해서는 올빠데 작업 전에 전기 타공 작업이 들어와야 하고, 이후 조명이 설치가 되면 바닥 제외 내부 인테리어 작업은 거의 마무리가 된다. 이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준다. 분명히 어제는 공사장이었는데 오늘은 집이 되었고, 그냥 집이었는데 인스타에 올리고 픈 우리 집이 되는 마법을 보여준다. 인테리어의 꽃은 조명이라는 말, 정말 맞습니다! 조명이 설치된 날, 그날 제주도에 눈이 펑펑 왔는데, 지친 몸과 마음에 선물을 받은 느낌이랄까... 공사하길 정말 잘했어. 정말 이때부터는, 집 밖은 난장판일지라도 집안에 들어오면 마음이 힐링되었다.
어떤 레벨까지 고칠까. 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다. 잘 고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모든 자재를 최상의 것으로, 모든 공정을 최상위의 공정으로. 하지만 내가 마르지 않는 돈자루를 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집은 우리의 방학 집, 우리가 머물 시간은 여름과 겨울의 얼마간이다. 그럼.. 단열을 살짝 낮춰봐도 될랑가? 어르신들은 단열 없이도 사셨는데... (절대로 그러면 안 됩니다 여러분)
단열재 선택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건축물의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한 법령으로 연면적 500m²이상 신축 건물의 경우는 의무(기준 이하는 허가 안남)이지만, 기본적으로 냉난방을 하는 모든 건축물이 따라야 하는 기준을 담고 있다.
현재 기준에 따르면, 제주도의 경우, 건물 외벽에는 가 등급의 경우 75mm 두께의 단열재를 붙여야 하고, 외부에 간접 노출 되는 면은 50mm 두께 단열재를 붙여야 한다. 우리는 외단열 미장마감 (보통 드라이비트라 함) 공법을 사용하기로 했고, 이 경우 가 등급 단열재는 비드법 보온판 (검은색계열 스티로폼같이 생긴 것) 2종 1~4호 중 하나를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우리는 가 등급 단열재, 비드법 보온판 2종 3호를 선택했는데, 두께에서 작업자분과 이견이 있었다. 작업자분은 50mm면 제주도에서는 충분하다고 했고, 75mm를 하면 추가 비용이 꽤 든다고 했다. (나중에 전해 들은 바, 75mm 단열재가 따로 나오지 않아 추가로 커팅이 들어가야 하기에 귀찮아서 그렇게 안 해주신다고들 한다.) 고민 고민 하다가, 전문가가 충분하다는데... + 점점 얇아지는 주머니 사정에 그냥 50mm로 작업해 주십사 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절대로 단열에는 돈을 아끼지 마시고, 작업자의 말을 따르지 마시고, 기준을 따르십시오. 올해 겨울을 지나 봐야 알겠지만, 후회막심입니다.
시공 방법 (상세히 나와 있지만... 솔직히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제주도의 드라이비트 시공 업체는 몇 안되고, 비싸다. 게다가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영세 업체들을 찾아내야 하는데, 전문 지식이 없으면 그분들이 올바른 시공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솔직히 메이저 시공업체라 해도 믿을 수 있을지...) 더듬더듬 조사한 바, 주의할 점은:
1) 비드법 단열재가 제조된 지 7주 이상 지났는지 확인
2) 단열재 접착 방법이 확실한지 확인 (중간에 점찍듯이가 아니라 테두리에도 접착제를 발라야 함)
3) 화스너로 잘 부착시켰는지 확인
4) 몰탈 도포 후 메쉬와 코너비드를 대는지 확인
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요청을 사전에 전달했다 해도 현장에 계속 있지 않는 이상 요청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기가 어렵고, 현장에 있다 해도 이 단열재가 출고된 지 얼마 지났는지.. 어떤 화스너가 맞는 것인지, 화스너를 언제 어떻게 부착하는 게 우리 현장에 맞는 것인지 비 전문가로서 알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외단열 작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외단열 작업 첫날. 작업자분이 오셔서 단열재 커팅 작업을 하시는 사이, 외부에 나갔다 돌아왔는데 단열재가 이미 벽에 붙어있었다. 나는 커팅 작업만 들어가는 줄 알고, 이후에 창호 사춤 부분 추가 작업이 당연히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잘은 모르지만, 이 위에 기밀테이프 같은 걸 붙이거나, 도막방수가 추가로 들어가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작업자분께 어떻게 해야 FM이냐 물어봤더니, 이제까지는 그냥 붙이셨단다. 내 느낌은 이건 아니지 싶었다. 아직 덜 말랐죠? 뗄 수 있다면 떼주세요.
이미 해가 진 시간, 추워지기 시작한 겨울. 담배 한 대 태우고 돌아온 사장님은 나와 둘이서 붙은 단열재를 떼기 시작했다. 떼보니 보인다. 단열재 접착 시 테두리도 접착제 붙여야 한다 했는데 중앙에만 묻어 있다. 우쒸... 그래도 발견했으니, 그리고 사장님도 고집 안 피우고 같이 떼주시니 다행인 건가.
이때부터 뭔가 외단열 작업은 시원찮게 돌아갔다.
일단, 날씨가 문제였다. 비도 내리고 설상가상 기온이 더 내려가 눈이 내리기 시작해 시공일이 계속 미뤄지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 집은 규모가 작아 돈이 얼마 안 되는데 우리 집 작업이 진행이 안돼서 뒷작업까지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었다. 규모가 작으면 인건비 문제로 사장님 혼자 와서 작업하는데 추운 날씨에 작업하는 뒤에서 이 방식은 안된다 이래라저래라 하기가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뭘 안다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나. 솔직히 화스너도 몇 개 안 들어간 느낌이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뭐... 아파트도 아니고 1층인데... 설마 떨어지기야 하겠어. 그리고 문제의 그날, 아이와 함께 표선해수욕장에 막 도착했는데, 스타코 작업이 끝났다고 사진이 왔다.
밝은 회색이라더니, 왜 어두운 회색이 나온 거죠? 해수욕장에서 놀아야겠다는 아이를 막고, 바로 차를 돌려 다시 한 시간 반 거리를 달렸다. 더 이상 작업 진행 하지 마시고 식사하고 계시라고, 지금 가겠다고. 카메라 색상의 차이이길 바랐던 내 희망과는 달리 정말로 감옥 같은 회색이었다.
작업자분은 조색을 해야 해서 색상가이드대로 나올 수가 없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럴 거면 색상 가이드가 왜 있는지. 분명 이 사람은 정품을 쓴 게 아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라하브라 스타코를 썼다 했는데(Lahabra stucco) 라하브라 들통은 보지도 못했다. 결국, 이 위에 페인트를 사 와 덧바르는 것으로 조율했다. (지금 와 생각하니, 색상 때문에 너무 속이 상해 스타코를 2회 도장했는지도 확인하질 않았다.)
직영 공사의 문제가 이런 것이겠다. 내 전문성이 떨어져 각 공정의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어찌어찌 공부해 가며 했지만 단열에서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제주도에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제주에서 외단열 완벽하게 해 주시는 업체, 믿을 만한 업체는 어디 있나요?
오늘의 팁
내부 페인트 도장을 한다면 광은 같은 것으로 통일하는 게 관리가 편합니다.
저희 집은 천정은 무광, 벽면은 에그쉘로 하려 했는데, 나중에 페인트가 부족해서 이것저것 섞이더라고요. 그리고 보수할 때도 무광, 에그쉘을 따로 남겨둬야 하고요. 다음에 다시 공사를 한다면 에그쉘로 통일해 바를 생각입니다. 이게 바를 때는 색상이 같아 몹시 헷갈리고, 잘못 바른 게 마르면 은근히 거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