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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줌마 Nov 08. 2024

95%에서 100%로 넘어가기

집공사는 롱테일

화장실 도기가 설치되고, 드디어 호텔 생활을 청산하고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것이 2023년 크리스마스 당일의 이야기.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는 입주 청소로 끝났다. 

아이가 있어 웬만하면 청소 업체에 부탁하고 싶었는데, 공사가 차일 피일 미뤄져 청소일을 확정할수가 없었던 데다 연말이라 업체를 구할 수가 없었다. 나 어렸을 때엔 입주 청소라는 개념도 없었는데. 온 가족이 이사 오기 전날 걸레 들고 청소했었는데 하면서 청소를 하고, 드디어 하룻 밤을 우리집에서 보냈다.  


마루도 들어왔고, 얼추 다 된 것 같은데, 왜 일이 끊이지 않는 거지? ㅜㅜ 그 95%에서 100% 넘어가는 일이 너무도 힘들고 오래 걸렸다. 우리가 싱가폴로 돌아가야 하는 데드라인이 있어 그때까지는 모든 일을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졌던것 같다. 



1월까지 이어진 잔잔바리 작업들


현관 타일

화장실 타일은 물이 빠져나갈 구배도 잡고, 물이 새면 안되니까 전문가분께 부탁했지만, 현관과 물부엌 정도는 내가 해볼수 있지 않을까? 해서 끝까지 미뤄뒀던 작업이었다. 우선 더 사이즈가 작은 물부엌 내려가는 부분의 타일을 해보았다. 작업자분께서 두고가셨던 본드가 있어서, 본드를 흙손으로 발라놓고 타일을 깔아보았는데 아뿔싸. 바닥이 고르지 못해 튀어나온 부분들이 있어 타일이 잘 맞지 않는다. 어쩌지... 하다 화장실 공사중에 잘라진 타일 자투리들을 대충 모아서 붙였다. 나름대로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왜인지 한참이 지나도록 타일이 마르지를 않았다. 메지 농도를 제대로 못맞춰서 그런 듯 하다.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닌 것...

결국 현관은 전문가분께 다시 맡겼고, 그분은 내가 해놓은 물부엌 자리 타일이 영 마음에 안드셨는지 부탁도 안드렸는데 새로 위에 깔아주셨다...

사진도 제대로 찍어두질 않았던 나의 소듕한 타일 바닥.. 아이가 찍은 비디오에 3초 나온다.


샤워 부스

제주에서 정말 샤워부스 하는 업체 찾기 어려웠다. 젊은 아드님과 아버님이 같이 하시는데, 거의 제주에 유일한 샤워부스 업체이지 않을까 싶다. 아드님이 정말 젊고 여리여리하게 잘생긴 20대 청년이라 샤워부스 설치 일을 할것이라곤 생각도 못하게 생겼는데, 아버님과 함께 열심히 일하시니 보기 좋았다. 이분들 덕택에 샤워부스가 잘 설치되어 드디어 집에서 씻을수 있게 되었다.   


유리 블럭

시멘트를 접착제 삼아 붙이고, 블럭 간격을 잘 맞춰 쌓으면 되는 일 같은데... 역시 셀프로 한 두줄 쌓다가 말고 미장팀께 부탁드렸다. 우선 시멘트 농도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둘째로 우리 벽이 비뚤어서, 플라스틱 스페이서를 못쓰고 눈대중으로 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작업이었고, 다음에 다시 공사할 일이 있으면 할수 있을 것 같다.  

요만큼 쌓아봤음


가구 제작 

딱 원하는 사이즈의 가구를 찾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서, 제작하기로 했다. 역시 우리집의 일등 공신 목수님의 인맥으로 가구 제작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이분이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우리 목수님이 이어서 제작을 해주시고, 샌딩과 스테인, 바니싱 작업은 내가 하기로 했다. 목공은 사실 언젠가 꼭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취미고 몇 번 짧게 배운 적도 있어, 힘은 들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 집밖으로 내보내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샌딩기로 80, 120, 320, 800방 사포를 바꿔가며 밀었다. 샌딩기 소음이 꽤나 시끄러워서 신경쓰였지만 다행히 이웃집이 비어 있었어서 3일간 신나게 작업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스테인 먹였다.


스테인은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다. 원목재의 희끔희끔한 색상에 스테인이 1차, 2차 올라가면 드라마틱하게 색상이 바뀌고 아름다운 나뭇결이 더 드러나게 된다. 가까운 서광몰에 제법 여러종의 스테인을 팔아서 큰 고민없이 서광몰에서 다 구매했다. 결과물은? 내 마음에 들면 됬지. 아무래도 완제품을 산 것 처럼 마감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내 마음엔 들었다. 


화장실 문

마음에 드는 화장실 문 색상이 없어서 민짜 문을 주문하고 페인트를 바르려 했는데, 민짜 문 재질이 방수가 되지 않는 재질로 와서 필름 시공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작업자 분이 가진 필름지 색상을 보니 내가 원하는게 없었고, 차선을 택하고 보니 영림 도어에서 판매하는 문 색상과 같았다. 이럴 거면 왜 민짜 도어를 주문했을까.. 그래도 이쯤 되니 누구라도 공사를 끝내준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는 마음가짐이어서, 깔끔하게 시공된 결과물을 보니 역시 돈을 써야 하는구나 싶었다.


자쿠지 설치

물부엌 자리에 자쿠지를 만드는 계획이었다. 역시나 애초엔 전부 셀프로 할 생각이었고, 역시나 결국엔 조적과 미장은 미장팀께 부탁드렸다. 자쿠지 자리의 벽 페인팅은 나와 아들이 함께 했다. 칭찬의 힘인지, 아들은 페인팅 작업을 매우 재미있어 했고, 후에 제주 집 만든 이야기를 하면 본인이 페인트 칠한 얘기를 꼭 한다. 우리집 자쿠지 쓰는 분들, 이게 우리집 4살짜리가 콧물 흘리며 칠한 벽이라우.    

아들과 함께 칠한 자쿠지 벽




마당 정리

앞마당엔 비가 오면 물이 고여서, 배수공사가 필요했다. 설비사장님들께 여쭤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는데, 나의 사랑 美미장 사장님이 보시더니 자연배수가 될수 있게 미장 작업을 해주셨다. 역시 美미장 사장님 최고!

그뒤로도 한참 동안 마당은 폐기물들과 오래된 시멘트의 때 등등으로 얼룩 덜룩한 상태였다. 예상한대로 애초에는 셀프로 그래나이트 그립 페인트를 칠하려 했었는데, 역시나 포기. 가장 손쉬운 방법을 찾다 작업자 분을 불러 마사토를 부어 정리했다. 디딤돌도 깔았는데, 세상에 디딤석이 쿠팡으로 제주도 까지 주문 배달이 가능하더라. 놀라운 세상... 집 앞까지 배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창문이 깨져서 다시 설치하고, 선반을 달고 (출국 전날 밤에 ㅜㅜ), 커튼을 달고, 식물을 들이고, 에어컨을 설치하고, 방충망을 설치하고, 가구와 가전을 들이고... 등등의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게 정리 하고 일단, 싱가폴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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