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창호가 들어왔다. 빵꾸와 함께...
Day 6, 이제까지는 순조롭게 모든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자질구레한 일들은 있었으나, 멘붕이 올만한 사태는 아직은 없었단 말이다. 그런데 이날은 뭔가 느낌이 쎄..했다.
공사 6일 차, 이 날의 주요 업무는 창호 시공이었다. 오전 8시쯤, 창호를 실은 트럭이 집으로 왔다. 음..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숟가락 하나도 배송이 오면 박스에 뽁뽁이에 감싸져 올 터인데, 나의 창호는 뭔가 지나치게 단출하게 왔다. 멀리 동쪽에서 이른 오전 시간 맞춰 배송해 오시고(우리 집까지 한 시간 반 걸린다), 원래 양중은 불포함인데 양중까지 해주신 건 감사할 일이지만, 이렇게 창호가 벌거벗고 와도 되는 걸까? 이래도 되나요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지만, 빈자리가 안 보이는 공사판에 창호 7개를 내리는 일이 너무 정신없어, 일단 내렸다.
이윽고 창호 시공 사장님이 오셨다. 숨고를 통해 찾아낸 분인데 아드님과 뚝딱뚝딱 일을 잘해주셨다. 작은 창부터 먼저 철근 넣고 설치하시고 우리 집의 메인 창, 2m 통창을 설치하려는 참인데 나를 부른다.
'여기 깨졌는데요?'
보니까 눈에 보이는 부분이 깨진 것은 아니지만 유리의 가장자리가 곱게 정리되지 않고 군데군데 작게 깨진 부분이 있다. 아... 제일 비싼 창인데. 메인 창이라 일부러 주문한 곳에서 제일 스펙이 좋은 창을 골랐는데. 하자 요구를 하기도 애매하고, 또 일정을 미루는 것도 어렵다. 어쩌나... 일단 주문한 곳에 항의 메시지를 넣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창에는 더 큰 참사가 일어난다.)
제주의 LX 지인 대리점에서 코렐도어를 취급해서, 그곳에서 코렐 도어와 터닝 도어를 같이 주문했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곳 사장님이 정말 FM이셨다. 현관 미장 조적이 들어가고 양생 이틀째인데, 사장님께 갑자기 연락이 왔다.
'코렐 도어가 예민해서, 현관 조적이 잘 되어있어야 하는데 생각해 보니 제가 확인을 못해서요.. '
비디오와 사진을 찍어 보내니 뭔가 FM대로 안되어 있나 보다.
'코렐을 달려면 벽돌로 단단하게 해야 하는데 사진 보니 부로쿠로 되어있어서, 벽돌로 다시 쌓던가 부로쿠 사이에 철근 넣고 시멘트 구멍 사이사이에 채워 넣어야 해요. 다시 해야 할 것 같은데...'
역시 이런 데에서 빵꾸가 난다. 전문가가 계셨다면 조적 작업 하실 때 바로 수정 요청을 했을 텐데. 그래도 지금이라도 발견한 게 어디나. FM 코렐도어 사장님 감사합니다. 내가 중간에서 말을 전하면 혼선이 생길 것 같아 바로 코렐 사장님께 미장 사장님을 연결하고 현관 조적을 다시 하기로 한다. 다행히 아직 마르는 중이라 쌓았던 부로쿠 깨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날부터, 했던 작업 깨고 다시 하는 죄송한 일들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구옥 리모델링 과정에서 목공은 마라톤 같은 느낌이다. 현장이 작기 때문에 목수님 두 분 팀으로 진행했는데, 두 분이서 하루에 하실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으니, 거의 공사기간 내내 뵙게 된다. 다행히 나의 목수님은 같은 동네에 사셔서, 부탁드린 나도 부담이 덜했고 목수님도 매일 아침 7시면 나와주셨다. 6일 차, 역시나 오늘도 메인 목수님은 일찍 오셔서 뚝딱뚝딱, 석고를 달고 계시는데 서브 목수님은 10시가 넘어서도 오시질 않는다. 전화도 안되고. 역시 오늘 쎄하다...
'후후후... 술 먹고 (쳐) 자나 봐요. 일할 때는 술 먹지 말아야 하는데 이놈이...'
'괜찮아요 목수님. 저희 진행 많이 됐으니 오늘은 천천히 가지요.'
확실히 두 분이서 같이 하던 작업을 혼자 하시니 흥도 덜 나고 속도도 덜 나시는 듯하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마무리하고 가시고 나도 밝을 때 현장 청소하고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정말, 엄청난 속도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일단 창호가 들어오니 현장이 '공사장'에서 '집을 공사하는 곳'으로 바뀐 느낌이다. 설비 작업도, 외부 상하수도, 오수관 모두 끝났고, 기존 보일러도 철거했고, 부분 새로 엑셀(보일러 관)도 깔았으며, 내부 화장실 수도관도 싹 연결이 되었다. 6일 차에! 세월아 네월아의 진수를 맛보는 동남아에 사는 내 눈에는 놀랄 노짜가 아닐 수 없다.
죄송한 마음은 접어두고, 바로잡을 건 바로잡읍시다.
저는 생초보이기 때문에, 공사 중에 밑작업이 잘못되어 다시 작업을 요청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물론 작업 시 감독 역할을 못하는 건축주의 문제도 있지만, 정석대로 작업을 안 해주신 작업자분의 문제도 있으므로 쌍방 과실입니다.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도, 할 수 있을 때 바로잡아야지 안 그러면 이후 더 큰 하자로 돌아옵니다. 미소와 넉살을 장착하고, 다시 해주십사 요청합시다! 만일 감독을 어찌해야 할지 자신이 없다면 다음 연계 작업하시는 분께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문의하고, 가능하면 작업 끝나기 전에 와서 봐주시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