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수많은 말들을 듣는다. 그중에는 마음에 감동과 기쁨을 주는 말들이 있고,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아 떠도는 말도 있다. 말속에는 칼이 들어 있다는 말처럼 말로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이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자주 듣다 보면 그게 나 자신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 말을 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박탈시켜 버리는, 실로 말은 그 힘이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내가 많이 들어왔던 말부터 생각해 보자. 외모에 있어서는 ‘귀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키가 작고 손도 작고 발도 작고 눈도 작고 머리통을 빼고 몸에 모든 부분이 작은 나는 그나마 귀여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옷차림도 그 귀여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아동에게나 어울릴듯한 귀여운 옷으로 입었다. 나이가 들수록 과하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는 했지만 그런 귀여운 옷들은 작고 왜소한 나에게 잘 어울렸다. 결국 ‘귀엽다’는 사람들의 평판이 지금의 나의 외모를 만들어 온 것이다. 앞으로 할머니가 되어도 어디까지나 ‘귀여운 할머니’ 콘셉트로 살아갈까 한다.
다음 성격에 있어서는 ‘착하다’, ‘순하다’, ‘참하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남에게 싫은 소리 듣기도 싫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이 무척 불편한 나인지라 늘 착하게 굴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부탁하는 소리, 따지는 소리 따위는 절대 나에게 금물이었다. 조금 손해를 보거나 억울하더라도 그냥 참고 넘어갔다. 그래야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절대 거절을 못하는 사람, 그게 나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거절을 잘하게 된 것이 아니라 부탁하는 사람이 줄어서) 거절 잘하고 할 말 딱 부러지게 하는 사람을 늘 부러워하면서 지금도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거절을 당하면 상처를 받고, 할 말 다 하는 사람에게는 거리를 둔다. 나를 해칠까 봐 두려워서인 것 같다. 이 성격도 쉽게 고치지는 못하겠지.
능력면에서의 칭찬으로 많이 들은 것은 ‘재치 있다’, ‘말 잘한다’(스몰 토크), ‘재미있다’, ‘분위기 메이커다’, ‘여행 계획을 잘 짠다’ 등등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람들하고 어울릴 때 재미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정도가 될 것이다. 대화 도중에 순간 떠올라서 툭툭 던지는 말들이 사람들을 까르르 웃게 하고 좌중을 사로잡을 때면 나도 나의 재능에 놀랄 때가 있다.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더 재능이라 여겨지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 능력을 더욱 개발하여 이 부분에서 대가가 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즉흥적인 것이어서 그 실체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강연하는 사람이 되어 보라고까지 권한다. 하지만 모르고 하는 말이다. 나는 앉아서 하는 토크는 좌중을 휘어잡지만 대중 앞에 서면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떠는 무대공포증이 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재능면에서 하나 더 첨가하자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잘 전해준다’는 것이다. 재미있게 본 영화나 소설을 전달해 줄 때가 가끔 있는데 그다음에 꼭 듣는 얘기가 실제로 그 책이나 영화를 보면 내게 이야기 들을 때보다 재미없었다는 것이다. 원래의 이야기에 약간의 각색을 더해서 더 재미있게 꾸미는 능력이 나한테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소설가를 꿈꾸었다. 근데 그 길이 멀고도 험해서 접은 지 오래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능력은 어느 분야에나 유효한 것이어서 이 능력을 개발해 볼까 생각 중이다. 현대 사회는 스토리가 무기가 되는 세상이 아닌가.
재치 있게 말을 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전해주는 귀엽고 착한 느낌의 여자, 생각만 해도 사랑스럽다. 이런 나의 장점들을 살려 나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멋진 일들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면서 길을 찾아나가야겠다. 내가 잘하는 것을 더욱 발전시킨다면 더 빨리 더 쉽게 내가 원하는 길에 닿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