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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파트너 임명과 기억의 지도 그리기

글을 못 써도 괜찮아: 일생 단 한 번의 자서전 쓰기【제1강_#2】

by Lazist

글을 못 써도 괜찮아: 일생 단 한 번의 자서전 쓰기【제1강_#1】

지난 시간에 20줄 분량의 타임라인 작성을 과제로 내드렸습니다. 기억을 더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으셨을 겁니다. 어떤 사건은 선명히 기억나지만, 어떤 사건은 희미한 기억밖에 없어 곤란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몇 해 전체가 통째로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셨겠죠. 괜찮습니다. 그 텅 빈 공간을 채우고,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엮어 보물지도로 만드는 게 바로 이번 시간에 우리가 할 일이니까요.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이 강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을 위한 것인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강의는 일생에 단 한 번, 나만의 자서전 집필을 꿈꾸지만 '글쓰기'라는 벽 앞에서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어르신들께서 당신의 귀한 인생을 직접 기록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한 부모님의 자서전 집필을 돕고자 하시는 자녀분들께도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 강의를 수강하는 모든 분들이 컴퓨터와 AI에 익숙하지 않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모든 과정을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마치 옆에서 손을 잡고 알려드리듯 진행할 테니 아무 걱정 마시고 따라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는 앞으로 구글이 서비스하는 스프레드시트와 LLM AI '제미나이(Gemini)'를 주로 사용할 것입니다. 이 도구들은 대부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제미나이에 한해서만큼은 유료 결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로 알아두시면 됩니다.

꼭 제미나이를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ChatGPT나 코파일럿, 클로드 같은 다른 AI로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접하게 되실 Gems 생성(ChatGPT의 경우 ‘프로젝트’ 생성)과 프롬프트(prompt) 작성은 다른 AI 서비스에서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그럼 우리의 든든한 AI파트너를 공식 임명하는 것으로 우리의 첫 여정을 시작하겠습니다.



자서전 집필 프로젝트매니저, 'AI파트너' 임명하기


인터넷창을 열고 구글(www.google.com)에 접속하세요. 그리고 새 창을 하나 더 열고 제미나이(gemini.google.com)를 부릅니다. 구글 창과 제미나이 창을 나란히 놓고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키보드 우측 하단(스페이스키 왼쪽)의 [윈도우]키와 좌우 [화살표]키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두 개의 창을 균일하게 배열할 수 있습니다. 좌측에 구글, 우측에 제미나이를 배치해주세요.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를 도와 자서전 집필 전반을 관리해줄 ‘AI파트너’를 임명하는 것입니다. 제미나이 창 우측 상단의 ‘Gems 탐색하기’를 클릭하고 ‘새 Gems’를 선택하세요. 이곳에서 우리는 AI파트너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것입니다.


Gems의 이름을 정해주세요. ‘나의 AI 자서전 작가’ 혹은 ‘내 인생 돌아보기’ 어느 것이나 좋습니다. 만약 자서전 집필을 당분간 감추고 싶으시다면 ‘Secret Project 1’ 같은 비밀스러운 이름을 부여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래 칸의 ‘요청사항’을 채우는 것입니다. 제목과 요청사항은 언제든 수정할 수 있으니 그 어떤 부담도 갖지 말고 자유롭게 입력하세요. 제미나이는 거대언어모델(LLM : Large Language Model)이라는 종류의 AI라서 사용자가 어떤 요청을 해도 찰떡같이 잘 알아듣습니다. 우선은 막막하실 테니 아래의 요청사항(AI에서는 이런 요청과 질문을 작성하는 것을 ‘프롬프트 작성’이라고 합니다)을 복사해서 넣어주세요.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행을 늘이셔도 됩니다. 입력을 완료하셨으면, 저장 버튼을 눌러 AI파트너 임명장 수여식을 마칩니다.


[예제 프롬프트: Gems 요청사항]

1. 정체성
너는 나의 자서전 집필 총괄하는 인터뷰어이자, 작가이며, 에디터, 프로젝트매니저다. 임무는 나의 기억을 바탕으로 자서전을 완성하는 전 과정을 돕는 것이다.

2. 핵심 능력
너는 다음과 같은 핵심 능력을 갖고 있다. 각 단계의 작업은 내가 별도로 요청할 것이다.

1) 기억 소환 트리거 생성: 내가 제공하는 '연도, 당시 나이, 나의 사건, 관련 인물' 정보를 바탕으로, 나의 기억을 입체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시대적/문화적 배경 정보'와 '맞춤형 심층 질문'을 생성한다.
2) 목차 생성: 1)에서 확장된 타임라인 전체를 분석, 자서전의 뼈대가 될 목차 초안을 생성한다.
3) 원고 집필: 확정된 목차에 따라, 나의 목소리와 문체를 반영, 자서전 원고의 초고를 작성한다.

3. 소통 원칙
너는 항상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인내심을 갖고 집필 과정을 격려하는 든든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 이 임명장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너의 역할을 받아들이겠다면, AI파트너 임명을 수락합니다. 첫 번째 지시를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하라.

이 작업을 모두 마치면 제미나이 좌측 상단 ‘Gems’에 여러분이 부여하신 이름의 젬스가 생성돼 있을 겁니다. 그걸 클릭하고 들어갑니다. 이것으로 제미나이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질문을 할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기억의 지도, 모내기하기


다시 창을 구글로 옮기겠습니다. 지금부터 사용할 툴은 구글독스(google docs)의 ‘시트(Sheets)’입니다. 구글 첫화면 우측 상단, 점이 모여 있는 형태의 아이콘를 열면 시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빈 스프레드시트를 선택하면 엑셀(Microsoft Excel)과 유사한 모양의 스프레드시트가 펼쳐집니다.


상단에 파일 이름을 넣고, A열부터 D열까지 각각 ‘년도/월/나이/사건’ 등으로 제목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과제로 준비한 20줄의 타임라인을 양식에 맞춰 입력합니다. C열의 나이는 년도에 해당하는 당시의 나이입니다. D열(관련인물/사건/느낌)은 가능한 상세히 기입합니다. 이 내용이 풍성할수록 제미나이가 인터뷰어로서 더욱 풍부한 질문을 던질 겁니다. B열의 '월'은 기억이 나지 않으면 굳이 입력 하지 않아도 됩니디. 주의할 것은 하나의 행(셀)에 하나의 사건을 입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셀 안에서 줄을 바꾸고 싶다면 [ALT + Enter]를 치면 됩니다.



이 작업은 본격적인 기억 소환을 위한 ‘모내기’와 같습니다. 띄엄띄엄 심어놓은 기억의 벼들이 마치 추수기의 황금들녘처럼 넓게 퍼져 알알이 익게 될 것입니다.

A~E열의 입력을 모두 마쳤으면, 다시 F열부터 국내외 사건/노래/베스트셀러/패션/AI질문 등의 열제목을 입력합니다. ‘이걸 어떻게 다 채우지?’하는 걱정은 전혀 하지 마세요. 공란을 채우는 것은 AI파트너의 역할입니다.

제미나이 채팅창에 다음과 같은 명령(프롬프트)를 내려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스로 작성한 A부터 E열까지의 모든 정보를 복사해서 붙여줍니다. 제미나이 채팅창 안에서의 줄바꿈은 [Shift + Enter]를 이용합니다.


[예제 프롬프트: 기억 트리거 생성]

지금부터 기억 트리거를 생성할 거야. 내가 제공하는 시트의 A~E열 데이터를 사용해서 F~J열을 채워줘.

1.생성규칙
F열 (국내외 사건): 각 행의 A열을 기준으로, 그 해에 대한민국 혹은 해외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 1~2개를 찾아줘.
G열 (노래): 각 행의 C열(나이)을 참고해, '그 나이대'의 사람이 즐겨 들었을 법한 대표적인 대중가요 1곡을 찾아줘.
H열 (베스트셀러): 각 행의 C열(나이)를 참고해,'그 나이대'의 사람이 읽었을 만한 베스트셀러 또는 의미 있는 책 1권을 찾아줘.
I열 (패션): 각 행의 C열을 조합해 '그 나이대'의 사람들이 따라 입었을 법한 패션유행 키워드를 간략하게 설명해줘.
J열 (AI질문): 각 행 E열(나의 개인사) 정보와, 당신이 방금 생성한 F, G, H, I열(시대 배경) 정보를 모두 연결해 제 기억을 가장 깊이 있게 자극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연결 질문' 3개를 만들어줘.

2.결과물 형식
결과물은 제가 다시 스프레드시트에 쉽게 복사해서 붙여넣을 수 있도록, F열부터 J열까지의 내용만으로 구성된 표(Table) 형식으로 정리해서 보여줘.



기억의 지도 수확하기


이것으로서 20개 타임라인에 대한 ‘기억 트리거’와 질문들이 생성됐습니다. 이 질문들은 여러분의 기억력을 자극하기 시작합니다. 그대로 시트에 복사해서 붙여놓고, 트리거로 새로운 사실을 기억해내고, 제미나이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한줄 한줄 타임라인을 늘려가면 됩니다. 질문의 수를 세 개로 고정하지 않고 다섯 개, 열 개로 늘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쯤에서 이미 많은 수강생들이 숨겨진 비밀을 알아채셨을 겁니다. 기억 트리거를 만들기 전에 20줄의 타임라인을 만드는 것부터가 라인의 수를 늘려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한 줄의 라인을 기입할 때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었나요?


각 사건의 인과(因果)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1991년의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주목해서 봅시다. 결혼은 필연적으로 배우자와의 첫 만남과 연애라는 새로운 기억을 불러 일으킵니다. 예제에서는 1979년 대학교 입학에 간략히 내용을 넣어 놓았지만, 이쯤되면 라인을 분리해서 별도의 행으로 만들면 좋겠죠? 그리고 E열에 ‘인물/사건/느낌’을 떠올려 세세하게 기입합니다. 그걸 토대로 AI에게 다시 질문을 요청하셔도 됩니다.


여러분은 이 과정에 충분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셔야 합니다. 여러 번 작업을 반복하면서 행수를 추가하고 E열의 ‘인물/사건/느낌’ 정보를 보강해야 합니다. 행수가 많아질수록, 사건을 세분화할수록. 관련 정보가 쌓일수록 여러분의 자서전 내용이 함께 풍성해집니다. 제가 20줄을 200줄로 만들어드리겠다고 했었죠?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200줄이 아닌 2000줄 이상의 긴 타임라인을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기억의 트리거와 제미나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능한 많은 행의 상세한 타임라인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다음 강의까지 여러분께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다음 강 1-3강 ‘기억의 지도로 자서전 목차 만들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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