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냄새가 나, 담배 냄새가 난다고 했을 뿐이옵니다!
안방 옆방의 구조는 이러하다. 문을 열면 베란다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 혹시라도 또 실내 흡연을 할까봐 두려웠다. 이 방에서 지내면, 몰래 문을 열고 베란다에서 흡연할 수도 있을 거라는, 일말의 가능성 자체를 차단시켜야만 했다.
그래! 창문 자체를 봉쇄해야 돼! 원초적인 방법 아닌가 싶었지만 내 판단은 옳았다. 엄마와 아빠가 방을 바꾸고 창문에 테이프로 막자 내 몸이 또 다시 회복되었다.
이것 봐! 진짜 담배 연기 때문이라니까!
그 동안의 증상이 사라지고 컨디션도 좋아졌다. 비록 공모전 하루 전날 담배 연기 폭격을 받았지만, 이런 상태라면 참가하려던 공모전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학 공모전 같은 경우 정해진 기간 내에 완성된 작품을 출판사에 투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웹소설 공모전은 진행하는 형태가 약간 달랐다. 물론 투고를 하는 형식의 공모도 있지만, 대게는 해당 플랫폼에 정해진 기간 안에 연재를 하는 방식이었다. 플랫폼에서 제시한 분량을 연재하면 되기에 완성에 대한 부담은 창작자로서 조금 덜 수가 있었다.
아팠을 때부터 아름아름 준비한 작품이 있었다. 간신히 쓰고 있었는데 공모전 기간 내에 명시된 분량 이상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름 내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모전 도전은 긴장되지만 마음은 무겁지 않았다. 건강이 괜찮으니까 내가 생각하고 준비한 대로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나름 평화로운 나날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빠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옆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는 안방 침대에 누운 반려견을 쓰다듬고 엄마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모전 준비는 잘 되가?”
“멘탈이 좀 나가긴 했는데 그래도 잘 해봐야지. 결과는 내 몫이 아니니까 원하는 대로 안 나오면 할 수 없지만, 과정은 최선을 다하고 싶어.”
우리 딸 멋지다면서 엄마는 내 생각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괜히 쑥스러워서 반려견에게 얼굴을 파묻고 인사를 하다 안방을 나왔다. 양치를 하고 곧장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왔다. 이 방은 원래 동생 S의 방인데 결혼을 하면서 내가 작업실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해야 할 것을 생각했다. 공모전에 도전할 때 늘 긴장이 되었지만, 해왔던 대로 컨디션을 유지하며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남들이 내 최선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내 스스로가 열심히 했다고 인정할 수만 있게 노력해보자. 아빠가 떡하니 공모전 전날에 흡연을 했지만, 어쨌든 시작을 했으니까 어떻게든 열심히 하고 싶었다. 파이팅, 조그맣게 혼잣말을 한 후에 천천히 타자를 쳤다.
멈칫하기도 하고 썼다가 지우기도 하면서 천천히 소리 나지 않게 타자를 쳤다. 아빠의 실내 흡연 문제 때문이었다. 혹시나 또 그럴 수도 있단 가능성 때문에 염려스러워서 문을 닫지 못했다.
노파심이라 생각했지만 내 마음이 더 중요했으니까.
나는 조심히 타닥타닥 타자를 치며 글을 썼다. 고심했던 한 줄이 점점 늘어나 하나의 문단이 되자 뿌듯하기도 했다. 어깨가 아파서 뭉친 근육을 풀려고 했다. 그때 쾌쾌한 화학 냄새가 코에 스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일어서 아빠가 자는 방으로 향했다. 컴퓨터가 있는 방과 아빠가 머문 방은 일직선으로 놓여 있다.
“말도 안 돼……. 이게 말이 돼……?”
이 말이 육성으로 튀어 나왔다. 실제로 겪으면서도 거짓말 같았다.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방과 방 사이가 일직선에 놓여 있다. 더구나 막혀 있는 곳에서 담배를 태우면 곧장 이쪽으로 안 올 수가 없다. 창문도 테이프로 막고 방문도 닫았다. 실내 흡연 문제로 인해 방까지 바꿨는데 또 담배를 피운다고?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행동을 할 수 없잖아. 방문 앞에서 한 마리 개처럼 나는 서성이며 킁킁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주하기 싫은 증상이 찾아왔다. 숨이 막히며 목을 칼로 난도질을 하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2022년 3월 9일 새벽. 충격의 도가니 속에서 또 고통에서 몸부림 쳤다. 제발 좀 안 맡고 싶은데, 담배 연기는 나를 비웃는 것처럼 집안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쾌쾌하면서 은밀하게 내 숨을 지독하게, 틀어막으며.
그날 방문을 열지를 못했다. 예상치 못한 담배 연기에 정신이 혼미했다.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손잡이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확신이 없어서 못 연 게 아니었다. 담배 냄새가 확인된 건 새벽 1시에서 2시였고, 몇 시간 뒤에 아빠가 출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나름의 배려였고, 퇴근을 한 아빠와 이 문제에 대해 후에 대화하기 위해 참았던 것이다. 하지만 내 패닉은 컸고 엄마에게 곧장 알렸다. 엄마도 동공이 커지면서 내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폐쇄된 공간에서 담배를 어떻게 피우냐는 거였다. 상식을 기반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엄마는 나를 미심쩍어 하는 것 같았다.
“안방에서도 담배 피우는데 이 방이라고 못 하겠어?”
“어휴, 다르지. 여긴 다 막혀 있는데.”
“이 방에는 라이터도 있고, 휴지도 있고, 물도 있고, 흡연을 할 수 있는 3박자가 모두 다 갖춰져 있잖아.”
엄마는 천주교 신자라 매일 같이 기도를 했다. 방에는 탁자에 성모 마리아 상과 초가 있고, 라이터가 놓여 있었다. 또, 아빠는 항상 물병에 물을 채워 가지고 들어갔다. 자다가 물을 마시는 게 습관이었으니까.
내가 예상하기로는 이랬다. 방에 몰래 담배 하나를 반입해서 들어와서, 방에 있는 라이터로 불을 키고, 흡연을 한 후에, 휴지에 물을 적셔 껐다.
“일어나서는 씻어야 하니까, 화장실로 향했을 거고, 그때 몰래 꽁초를 변기에다가 버리면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나는 그런 식으로 담배를 폈을 거라 추론했다. 엄마도 그 동안 아빠가 보여준 것들로 인해 내 의견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빠와 대화를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퇴근한 아빠에게 애써 화를 참고 침착하게 물었다. 혹시 이 방에서 담배를 폈냐는 말을 꺼내자마자 아빠는 정색했다.
“내가 여기서 왜 펴?”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 분명 맡았다니까.”
“담배 끊고 있는데! 무슨 담배!”
“1월에도 걸렸잖아! 담배 못 끊고 있잖아!”
아빠는 극구 부인하고 나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도톨이표 같은 대화들이 맴돌았고 결국 부녀 사이는 냉랭해졌다.
며칠 동안 아빠와 냉전이 유지 되었다. 나는 방안에서 나가지 않았다. 아빠 역시 내게 어떠한 말도 걸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물론 아빠에게 화나는 일이 왕왕 있었다. 언제나 고질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아빠의 문제점. 바로 술이었다.
안 취해서 돌아온다고 하고 진탕 취하는 건 일상이었다. 회식이 잡히거나 모임으로 아빠에게 술 약속이 생기면 내 신경은 늘 곤두섰다. 왜냐면 정신이 온전한 상태로 들어오는 날이 정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얼마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사불성이 되어 집에라도 찾아오면 다행이었다. 무릎이 깨지고, 안경도 깨지고, 핸드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심할 땐 길가에 쓰러져 있는 걸 행인이 신고해, 경찰이 전화를 해서, 직접 경찰서로 찾아가 부축해 데리고 온 적도 있었다.
술 때문에 늘 사건사고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투정 정도로 화를 냈다. 도대체 왜 약속을 못 지키는 거냐. 차라리 조금만 마시고 집에 술을 사가지고 와서 마셔라. 짜증을 내며 다신 그러지 말라고 마음을 푸는 식이었다. 화가 났더라도 내 쪽에서 좋게 풀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만은 달랐다. 서로가 주장을 굽히지 않고 대립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엄마도 심각성을 느꼈던 모양이다. 갈등이 생긴 부녀 사이를 회복시키고 싶었나보다. 서로가 술을 마실 줄 아니까 잘 해결하자는 의미로 엄마는 술자리를 만들었다. 나는 싫다고 했지만, 엄마가 이왕 자리를 만들었으니까, 자신을 봐서라도 자리에 참석해주라면서 애교 있게 부탁했다.
그런 엄마를 거절할 수 없었고, 나 또한 아빠와 대화를 통해 풀고 싶었다. 그렇기에 방안에서 나와 식탁으로 갔고 아빠는 이미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엄마가 내 잔에 맥주를 따라주었고, 나도 말없이 엄마 잔에 맥주를 따랐다. 아빠가 어떤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맥주를 꿀떡꿀떡 마신 후에 입을 뗐다.
“나 오늘 새벽에 담배 냄새 맡았어.”
“아니야.”
“내가 계속 몇 번이고 방문 앞에서 맡고 또 맡았어. 아빠가 자는 방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 담배 냄새가 직통으로 와.”
더구나 문까지 열고 있어서 확실하다 주장했다.
그러자 아빠는 나를 같잖게 쳐다보다가 한 마디 뱉었다.
"그럼 문 열고 들어오지 그랬어? "
나의 배려가 날 한 방 먹이는 공격이 되어 돌아왔다. 나는 지성인답게 대화로 풀려고 했는데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너무 기가 막혔다.
어이없었지만 꾹 참고 다시 한 번 피력했다.
“나는 분명 맡았어. 담배 냄새. 몸이 안 좋았고, 확실해.”
아빠가 갑자기 발진을 하면서 목소릴 높였다.
그럼! 내가! 여기서 다 테이프로 막혀 있는데! 창문도 안 열리는 곳에서 담배를 폈다는 거야! 담배를 폈다는 거냐고!
예상치 못한 아빠의 태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와 나는 이제껏 아빠가 이토록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고주망태가 된 건 수없이 많이도 봤지. 하지만 폭언하거나 욕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저 성격이 소심하고 말수도 없고 과묵했던 아빠였다. 이런 모습이 낯설고 이질적이게 느껴졌다.
“내가 담배를 폈다고? 저기서? 어?”
이상했던 건, 바로 본인의 행동을 내게 되묻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이래서 그랬다, 라고 타인을 설득시키려고 하지 않나.
만약 타인이 생각한 부분이 오류라면, 그 부분은 네가 오해하는 거라고, 어떻게든 정정하고 이해를 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아빠는 계속 추궁하듯 질문을 했다.
“그니까, 내가 저 안에서 담배를 폈다는 거냐고? 어?”
내게 본인이 담배를 흡연한 게 맞느냐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본인이 한 행동을 역으로 물으니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담배 냄새가 나서, 담배 냄새가 났다고 했고, 담배 연기 때문에 몸이 안 좋다고 말했을 뿐이었는데, 맞는 말 했는데 왜 내가 불편한 감정을 느껴야 해?
혼란스럽고, 억울하고, 또 서러움이 올라왔다. 원인도 모르고 아플 때 혹시 암이나 불치병일까 염려스럽고 조마조마했다.
내 시간이 멈추고, 아무 것도 못하며, 고통 받았는데, 마냥 아니라고 우기는 아빠가 못내 야속하기 짝이 없었다. 담배가 떨어져 있어도, 실내 흡연이 확인이 되었는데도, 억울하다고 하면서 오히려 아니라고 우기는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술 마셨어, 운전대 잡고 엑셀 밟았어, 근데 음주 운전은 아니야. 문제가 되는 행동을 했는데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굉장히 비상식적이고 얼토당토한 주장이 아닌가. 몸이 아픈 원인이 실내 흡연이 맞는데, 본인이 악착 같이 우기니 나로서는 멘탈이 나갈 지경이었다.
“하, 이러다 내가 정신 병원 갈 것 같아.”
참대 못해 내 마음 좀 알아 달라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아빠가 돌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게 삿대질을 했다.
감히 어딜! 자식이 부모 앞에서 정신 병원 이야기를 꺼내!
아빠는 내가 패륜아인 것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흡연자께서 광분을 하니까 당하는 쪽에서는 또 뇌정지가 올 수밖에 없었다.
“부모 앞에서 할 소리야? 할 소리냐고?!!”
겪어보니까 그렇더라. 예상치 못한 일을 기습적으로 당하면,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대로 그 상황에 휩쓸리게 된다. 그저 당황을 해서 엄마와 나는 동공 지진이 나며 멘탈이 나가 버렸다.
“쟤 말하는 것 좀 봐라! 어떻게 저렇게 말하냐?”
아빠는 격렬하게 반응했고, 엄마는 흥분한 남편의 어깨를 잡으며 만류했다. 두 사람을 보면서 나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제흡연을 당한 건 분명 나이다. 근데 왜 멸시와 경멸의 눈빛을 받아야 하는가. 실내 흡연 금지는 아파트 내 에티켓이자 규칙이다. 일반적인 부분을 요청했을 뿐인데 왜 내가 비상식적인 일을 당해야만 하는가.
강제로 담배 연기 맡기 싫다 했는데 불효녀가 되었다! 유교 정신이 강하게 깃든 이 대한민국에서 감히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다니! 부모의 아픈 손가락이자, 꿈 찾겠다고 글이나 쓰는 작가 지망생이며, 이 집에 얹혀사는 30대 캥거루족인 윤 씨.
난장판 속에서 불효녀는 그저 웁니다. 서러워서 목을 놓고 우는데, 엄마는 안타깝게 쳐다봤고, 반려견도 불안한지 낑낑대며 엄마 품을 파고들었다.
이 후에 나는 담배 알레르기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