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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온 Aug 13. 2024

경험자산 투자

마케터의 소비는 투자다

 경험 자산이란 

'경험했던 일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쌓아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일기가 참 중요한 경험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계부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경험한 일부를 기록한다는 건 언젠가 되돌아봤을 때 나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고 내 삶에 개선되어야 할 점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제가 경험한 일부는 보통 퇴근 이후부터 기록됩니다. 회사에서 업무적인 걸로 돈 쓰는 것과 모니터 앞에서 자판을 두들기는 것 말고는 없으니까요. 퇴근 이후에 내가 어딜 가서 무엇을 얼마나 사는지, 혹은 다른 사람이 어딜 가서 무엇을 얼마나 사는지 유심히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요즘은 어떤 광고가 유행이고 버스정류장이나 신호등 앞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대형 전광판에는 어떤 광고가 있는지, 이 모든 게 마케팅 요소로써 마케터들이 배울 수 있는 '배움의 장'입니다. 저는 이런 관점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시골 소년 같은 느낌이 들만큼 세상 모든 게 신기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매일 그럴 순 없겠지만 길거리의 작은 마케팅 요소 하나가 때로는 내가 맡을 마케팅 프로젝트에 엄청난 키포인트가 되기도 하니까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눈 여겨보는 일을 반드시 잊으면 안 됩니다. 


 제가 쓴 <시작하는 당신에게>라는 전자책에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일기 쓰기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SNS를 활용하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SNS를 한국어로 풀어쓰면 '시간 낭비 서비스'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아무 목적 없이 숏츠와 릴스를 보기만 한다면 맞는 말 입니다만 마케터들은 달라야 합니다. 마케터들은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특히 여행이나 페스티벌, 맛집 탐방, 강연, 전시, 책 등 어디에 어떻게 돈을 썼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사진이나 동영상과 함께 캡션에 내가 느낀 점을 중계하듯 정리하여 쓴다면 이게 다 '경험 자산'이 됩니다. 내가 올리는 글도 글이지만 다른 사람이 소비한 내용들을 볼 수도 있으니 보고 나서 부럽다는 생각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은 저렇게 살고 저렇게 소비하는구나'까지 생각하게 되면 SNS의 단점으로 항상 꼽히는 '타인의 행복을 보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 됩니다.(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내가 속해있는 소비계층을 뛰어넘어 나보다 적게 소비하는 사람, 많게 소비하는 사람의 소비패턴을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다르게는 이성적인 소비와 비이성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의 패턴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그에 맞게 마케팅 전략을 짤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수능을 준비하는 고2가 기본기가 부족해서 사교육을 받기 위해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를 알아본다고 가정해 봅시다. 고2 학생은 학원보다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게 시간적으로나 가격적으로 더 저렴하다고 판단하고 듣기만 해도 바로 알 수 있는 1타 강사의 강의만 신청을 합니다. 기본기가 부족해서 신청한 강사가 1타 강사라면 이 학생에게 무조건 잘 맞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기본기만 전문적으로 잘 가르치는 강사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1타 강사가 백날 칠판 앞에서 열심히 강의를 해봐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 없습니다. 다른 예시로는 돈 걱정 없이 소비해 온 사람이 마케팅을 하게 될 경우, "돈이 부족하면 에르메스 대신 디올을 사세요"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에 공감할 수 있는 소비층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요? 이 사람이 과연 10대와 20대 초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바로 한다면 잘할 수 있을까요?


 소비를 선택하는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넓은 개념의 선택이 아닌 그저 무조건 저렴한 최저가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를 책 <고객의 80%는 비싸도 구매한다>에서는 고객을 세 분류로 나누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입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세일 제품을 절대로 사지 않는' 상위 20%, 

세일 제품과 정가 제품을 모두 사는' 중간의 60%, 

세일 제품만 사는' 하위 20%.

(*상위 20%와 중간의 60%는 잘 만든 마케팅 전략으로 비싼 제품을 보다 쉽게 구매유도를 할 수 있다.

/<고객의 80%는 비싸도 구매한다> 中)

 

 무조건 최저가 물건을 사는 사람은 '세일 제품만 사는 하위 20%' 중에서도 아래에 있는 소비계층입니다. 최저가만 구매하는 사람이 마케팅한다면 아마 모태솔로가 쓴 연애소설 같은 느낌의 마케팅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책의 내용 중 같은 제품이어도 비싼 걸 사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보고 사람은 소비를 할 때 이성적인 판단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배웠습니다. 같은 기능에 싼 걸 놔두고 더 비싼 걸 사는 심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최저가'가 아닌 물건을 팔기 어려울 겁니다.

흔히 잘못된 판단으로 지불한 돈을 '인생 수업료'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비싸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소비를 한 경우에도 인생 수업료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적당히 비싼 브랜드 의류와 액세서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준비한 고가의 선물도 다 '인생 수업료'라는 겁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경험 자산을 쌓고 돈이 소비되는 과정과 경우를 경험합니다. 싸게도 사보고 비싸게도 사보고 소비한 경험이 많다면 물건을 팔기 위해 쓰는 카피라이트 문구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실을 깨닫고 한 가지 정신 승리를 하게 됩니다. 내가 하는 소비는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다. 이는 나의 경험 자산으로 축적되어 언제든 판매 욕구를 끓어 올릴 수 있는 장작불로써 사용 가능하다. 


 얼마 안 가 책을 구입하기 위해 집 근처 독립서점에 갔습니다.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간 게 아니고 막연하게 어떤 책이 내 손에 걸릴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몇 권의 책을 집어 들고서는 그중 사고 싶은 책을 고민 끝에 골랐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후보군에 올랐던 책을 갖다 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샀던 책이 행사 도서여서 사은품으로 인센스를 받았는데 벌써 1년 전 일입니다. 인센스는 한 개만 쓰고 거의 새것과처럼 보관되어 있습니다. 행사 도서가 아니라면 후보로 골랐던 책 중에 다른 책을 구매했을 겁니다. 쓰지도 않을 인센스를 준다는 이유로 합리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을 한 것이죠. 이런 경험이 오늘 저의 이야기로써 소비될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마저도 경험 자산이라고 부릅니다. 사은품을 제공함으로써 고민되는 선택의 저울을 한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효과를 저는 몸소 경험했습니다. 아직도 쓰지 않은 인센스를 보면 피식 웃게 되네요. 


 모든 것을 사용하고 모든 것을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왜 사용하는지, 왜 인기 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어야 하는 게 마케터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이왕이면 SNS에 글로 남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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