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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온 Aug 07. 2024

경력보다 경험

마케터에게는 경력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

 사를 다니다 보면 그런 분들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월급루팡 말입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뭘까'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 사람 이름 뒤에 붙는 직급은 과장, 차장, 부장. 사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게 보이는 순간이 가끔 보인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일을 굉장히 잘해서 여유롭게 한다던가 혹은 말 그대로 월급루팡이던가. 경력은 10년 차인데 할 줄 아는 게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경력은 짧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몸소 체득한 스킬들은 실무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되어 엄청난 '일잘러'로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경력을 쫒고 있나요 경험을 쫒고 있나요?


 저는 경험을 쫒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선뜻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책임'이라는 두 글자가 이렇게나 무거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특히나 보수적인 회사에서는 더욱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강하게 경험을 쫒아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회사 안에서는 이왕 하는 일이라면 재밌게 즐기자는 생각이고 이 모든 건 고난과 역경이 아닌 경험과 연륜으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회사 밖에서는 작가로서 활동하기에 이런저런 다양한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읽고 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특별히 더 애정이 가는 장르들이 생깁니다. 바로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마케팅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총무로 일하고 회사 밖에서는 마케팅을 좋아하는 작가로 경험을 쌓는 중입니다. 


 아직 단독으로 책을 낸 적이 없지만 단독으로 책을 낸다면, 그 책이 엄청난 성공을 거둬서 단번에 스타작가로 급부상한다면 그다음부터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엄청난 행운이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경험이 말해줍니다. 글로써는 이렇다 할 경력조차 없는 저에게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매일 글을 쓰고 매일 독서를 한다면 1년 뒤는 어떨까요?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경험을 쌓는 순간이 매일 반복되어 그것이 경력으로 이어진다면 절대 무시 못할 경력입니다. 이렇듯 경력보다 큰 힘을 낼 수 있는 건 경험입니다.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의 한계는 분명한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어른들의 말을 인용하면 꼰대 소리를 듣지만 하나만 말하자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라는 말은 누가 뭐래도 불변의 진리입니다. 당장 하루 이틀 살다 죽을 사람이 아니라면 그 어떤 경험이라도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도움이 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재능은 없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악기를 다뤄본 경험이 있습니다. 피아노, 플루트, 오카리나, 기타, 드럼까지 다양한 악기들을 연주하며 클래식부터 뉴에이지까지 여러 곡들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악기랑 멀어졌을 때 JTBC에서 '밀회'라는 드라마가 나왔고 거기에서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예전에 콩쿨에 나가던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고 제목은 낯설지만 멜로디는 익숙한 클래식이 너무 멋있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 취미도 생기곤 했죠. 밴드 음악을 들을 땐 드럼 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가수의 손가락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사와 멜로디뿐만 아니라 곡의 구성이나 기승전결에 관심이 갔고 훗날 교회에서 찬양팀을 이끄는데 음악적으로 굉장한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코 잘하지도, 잘했던 기억도 없었는데 악기를 다루면서 접했던 음악과 느낌들이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물론 거기에 꾸준히 한 경력까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녹슬어버린 피아노 실력에 한숨을 내뱉곤 합니다. (여전히 기타는 실력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마케터라면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타인의 경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무언가 구매할 때 왜 구매하는지, 어떤 걸 배울 때 왜 배우게 됐는지 유심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경험을 관찰하면 곧 마케터의 자산이 됩니다. 친구가 이상한 이모티콘을 쓰길래 그런 이모티콘은 왜 샀냐고 물어보니 연말에 대학 친구들과 쓸데없는 이모티콘 선물하기를 했는데 그걸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도 구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쓸데없지만 선물하면 웃길 이모티콘 리스트'를 만들어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홍보해도 반응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본 글에서 잘파세대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팁이 있다면 극사실주의와 블랙코미디 특유의 유쾌함을 표현하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말을 듣고 한 번쯤은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경험이어도 좋습니다. 떠올리고 어떤 마케팅 요소가 있는지 다 적어봅시다. 글쓰기도 다 경험이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실력은 상승됩니다. 어떤 글이 사람들에게 더 잘 먹힐지 계속해서 테스트해볼 수도 있죠. 결국 마케팅도 끊임없이 해봐야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마케팅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보다도 그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 경험들을 자꾸 쌓아가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실패하는 프로젝트도 발생할 겁니다.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 고민하는 경험을, 성공했으면 왜 성공했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경험을 해보고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리마인드 해보는 경험까지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초보 마케터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일단 마케팅 책부터 한 권이라도 읽어봅시다.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 책을 읽기 전과 후에 느껴지는 변화는 여러분의 시야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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