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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온 Aug 27. 2024

가성비

기간 내 투자 대비 얻을 이득

 친구들 중에 출판사 마케터, 물류회사 마케터가 있습니다. 현재 전보다 더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저로서 그들을 만나면 질문이 많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제가 경험한 마케팅은 인스타그램으로 제가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을 홍보하기 위해 게시글과 릴스를 만들고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7일 광고, 15일 광고 등 여러 번의 광고를 하며 적게는 4만 원 많게는 10만 원이 넘어가는 비용을 광고비용으로 썼습니다. 마케팅 효과는 인사이트 기능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클릭해서 제 프로필을 보고 프로필 링크까지 클릭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가 됐습니다. 그로 인해 다행히 모객이 되고 항상 함께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덕분에 힘이 났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실제로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이 고충을 친구에게 털어놓으며 친구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다 물류회사 마케터 친구(이하 'A')가 자기 상사한테 들은 이야기라며 저에게 문제를 냈습니다. 

"신규 제품을 알리고 써보게 하는데 'X'는 100만 원을 썼고 'Y'는 1000만 원을 썼대. 누가 더 잘한 거 같아?"

"결과가 어떻게 된 건대? 그 이야기만 들으면 알 수 없잖아."

이어지는 저의 대답에 A가 웃으며 맞다고 대답했고 A가 다시 질문했습니다.

"X는 100만 원을 써서 100만 원을 벌었고 Y는 1000만 원을 써서 2000만 원을 벌었대. Y한테 1억을 줬다면 2억으로 불려줬을 수도 있었겠지? 근데 여기까지 봐도 누가 더 잘했는지 알 수 없다가 우리 차장님 의견이야"

"왜? 당연히 마케팅 비용으로 2배 불린 Y가 더 잘한 거 아니야?"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 만약 X가 첫 달에 100만 원을 벌더니 두 번째 달에는 180만 원, 세 번째 달에는 310만 원을 벌어서 1년 후에는 추가비용 없이 1000만 원을 번다고 치고 Y가 첫 달만 2000만 원 벌고 끝이라면 이젠 누가 더 잘한 거야?"

"그럼 X가 더 잘한 거지"


 제가 친구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생각해 보니 결국에 마케팅 비용의 많고 적음이나 즉시 효과가 큰 지 작은 지만 보고 돈을 잘 썼는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케팅을 단순히 비용의 문제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 생각해야 합니다. 투자를 하고 목표 기간 동안 잃었는지 벌었는지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목표 기간 내에 적게 투자해서 많이 벌어오는 게 최고이지만, 많이 투자해서 많이 벌어도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단기 투자와 장기 투자의 개념을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이해하시기 편하실 겁니다. 

 위에 말했던 저의 문제에 대입을 해보겠습니다. 당연히 기대치를 갖고 투자한 비용이 모객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길 바랐지만 원하는 만큼 얻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더군요. 결국 경험의 부재와 배움의 부재가 저에겐 실패 요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광고를 위해 투자한 마케팅 비용보다 높은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효과나 성과는 당장 크게 발생하는 일이 생각보다 없습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없고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엄청난 돈을 버는 주식 투자자도 없습니다. 있어도 욕심에 못 이겨 물리는 결과를 맞이할 '초심자의 행운'이었을 뿐일 겁니다. 현재 저의 인스타그램 첫 게시물은 2023년 7월 25일입니다. 사실 그전에도 몇 개 더 있었는데 아마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안 되는 6월 정도의 글입니다. 1년 하고 1개월이 더 지난 이 시점에 저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에도 글이 올라와 있고 크몽에 <시작하는 당신에게>라는 자기 개발서와 <조금 별나도 그게 우리니까>라는 제목의 공동저서의 책이 있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방탕한 삶을 정리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부터였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에 자유함에 취해 주말만 되면 아침 해를 보고 들어가는 방탕한 삶을 즐겼습니다. 회사에서 버는 돈을 먹는 값, 노는 값으로 많이 썼죠. 물론 월급을 받자마자 100만 원은 꼭 저축은 했으니 인생을 허비하는 데에 죄책감은 없었고 심지어 그때 당시에는 허비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삶이 6개월이 지나갈 무렵 '더 이상 이렇게 살면 건강도 잃고 돈도 잃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운동을 시작했던 게 독서로 이어지고 벌써 이렇게 많은 콘텐츠들을 발행하게 됐습니다. 

 물론 아직 멀었습니다. 그동안 읽고 생각하고 쓰는 삶이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받으며 수익이 발생하면 참 좋았겠지만 아직까지 큰 수익은 없었습니다. 소소하게 감사한 기회들이 모여 약간의 수익이 발생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이런 기회들이 발생되면 놓치지 않고 잡아내기까지 읽고 생각하고 쓰고 실행 한 제 자신이 굉장히 뿌듯하고 대견스럽습니다. 여태 만들어 놓은 걸 모아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습니다. 다 내 자식 같은 느낌이 들더랍니다. 당장 큰 수익을 낳지 않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커지는 복리효과를 기대해 봅니다.




 마케터는 투자 대비 소득에 예민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케터 스스로 그저 돈 쓰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마케터도, 회사도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마케터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니까 마케터가 없으면 마케팅 비용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안 들잖아요. 회사가 마케팅 부서를 만들고 부서원을 뽑는 데는 다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키고 어필해서 사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위해 있는 부서입니다. 마케팅에 돈을 쓰면 타사보다 더 큰 이익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회사는 마케터를 고용합니다. 때문에 마케터는 회사가 돈을 버는 데 기여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내가 한 일이 얼마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생각하고 그 결과를 상상하면서 일하면 마케터로서의 역량도 성장할 뿐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판단하고 답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마케터로 일하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을 내 역량의 향상이라는 가성비적 생각이 있다면 분명 단기간 내에 성장할 겁니다.

 당연하게도 저처럼 몇 번의 실패를 필연적으로 경험하여 앞이 막막할 수도 있겠죠. 그 사이에 만들어진 여러 콘텐츠들도 있을 거고요. 실패하면서 성장하는 멋있는 사람이 됩시다.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더 성장시킬 뿐이다'

라는 명언을 오늘도 마음에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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