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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온 Sep 11. 2024

왜 그렇게 해야 하죠?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집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방 문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들, 물 좀 줘!" 


방 문을 열어 놓고 있었지만 사실 잘 못 들었습니다. 그저 제 귀엔 그렇게 들렸을 뿐이고 어머니는 큰 방에 계셨습니다. 그날따라 오전부터 머리가 아프시다고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시원한 생수를 떠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말씀하신 물은 생수가 아니라 화단에 물을 주라는 말씀이셨고 실제로 "화단에 물 좀 줘"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앞에 '화단'을 놓쳤을 뿐이었죠. 생각해 보면 '물'이라는 게 필요한 상황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상황에 따라 마시는 물인지, 수돗물인지, 그리고 차가운 물인지 따뜻한 물인지, 많이 줘야 하는지 조금 줘도 되는지, 상대방이 물로 뭘 하려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릅니다. 물을 달라고 요구한 상황의 목소리와 느낌으로 대충 유추해 볼 뿐이지만 아무 소리를 못 듣고 딱 글자만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물이 필요한 상황을 아래와 같이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 갈증 해결을 위한 시원한 물

- 음식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물

-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기 위해 쓰일 물

- 샤워

- 꽃에 줄 물

- 세차에 필요한 물


 그 밖에 다양한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죠. 누가 어떤 상황에 말했는지 살펴보면 어떤 이유로 말했는지도 대충 파악 후에 용도에 맞게 물을 건네줄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가서 왜 필요한지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하긴 하지만 물이 필요하다 요청한 사람에게 물을 주지 않고도 해결되기도 합니다. 불이 난 상황에 물 대신 소화기를 주거나 목마른 사람에게 이온음료를 줘서 갈증을 해결하면 되니까요. 

물이 있어도 기름에 의한 화재면 물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하고 탈수인 사람에게 바닷물을 떠다 주면 병원에 실려갑니다. 결국 물은 줬지만 의도에 맞지 않는 물은 아무 소용없게 됩니다. 물이 왜 필요한지 모르면 아무리 정성껏 준비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Alvhem/디아티스트매거진

 조금 더 직접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인테리어에도 조금 관심이 있어서 블로그로 랜선 집들이를 하곤 합니다. 손재주 좋은 분들은 본인들이 직접 리모델링을 하지만 대부분 업자에게 돈을 주고 맡기기도 하죠. 제가 본 블로그는 인테리어 업자의 블로그였습니다. 그 블로그에서 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드리자면 가끔 고객들이 건축법에 위배되는 인테리어를 요구하거나 누가 봐도 이상한 형태로 리모델링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그렇게 작업하면 법에 위배된다', '위험하다', '보시기에 불편하실 거다.'라고 말하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설득하기 위해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한다고 합니다. 고객이 비록 인테리어에 무지했지만 결과적으로 원하는 건 예쁜 인테리어였습니다. 그렇게 인테리어 업자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은 바뀐 인테리어에 만족을 하는 윈윈의 관계가 됐습니다. 

 만약 고객이 최초로 요구했던 대로 인테리어 업자가 진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네, 고객은 돈을 돈대로 쓰고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거나 예견된 참사를 경험하게 됐을 겁니다. 



 고객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시하는 일은 마케터의 중요한 역량입니다. 앞의 사례에서는 상황을 보고 잘 판단하여 좋은 결과를 냈지만 가끔 회사에서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시키는 업무를 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왜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임원이 시켰으니까 군말 없이 하라는 지시를 받았었죠. 지시사항은 수행했지만 결과를 보고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목표도 없이 이유도 모른 채 한 일을 누가 만족 할 수 있을까요.

마케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왜?'라는 질문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떤 목표를 왜 달성해야 하는지 알면 일을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왜'라는 질문은 어두운 밤길을 비춰주는 가로등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가로등으로 인해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데 수월하듯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는 반드시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는 곧 목표로 이어지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해 고객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공감하고 공유해서 이왕이면 잘하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아 보는 것도 좋겠네요. 


정리하자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왜 해결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 해결하면 어떤 게 왜 좋아지는지 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지름길입니다.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향수를 뿌리기보다 씻는 게 더 낫듯이 해결하는 수단을 먼저 정해서 아쉬운 결과를 내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간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마케터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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