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권의 시력회복 관련 책을 읽다가 발견한 가보르패치.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므로 웬만한 것은 따라 해 보려 했다. 하루 몇 분 바라보면 간단하게 시력이 향상된다는 흐릿한 막대기들. 가보르패치의 원리는 '흐릿한 무늬를 보는 연습을 함으로써, 잘 보이지 않는 글씨를 뇌가 뚜렷하게 교정해 준다'는 것이었다. 뇌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여러 책에서 읽은 바 있었기에, 3분이면 시력이 좋아진다는 책의 내용이 허투루 들리지 만은 않았다.
한 달 이상 매일 2~3번 5분 내외를 바라본 결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시보다는 노안에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일주일이 지나자 차츰 글씨가 뚜렷이 보였는데, 딱히 멀리 있는 글씨가 잘 보이는 것은 아니었고 원래 보이던 작은 글씨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눈으로 보는 시력과는 조금 달랐다. 글씨에 집중해서 째려보고 있으면 점점 더 글씨가 내쪽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랄까. 색깔이 있는 글씨보다는 검은색이 꽤 입체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본래 볼 능력이 없는 눈이라선지 한쪽 눈씩 가리며 뇌력으로 얼마나 보이나 테스트를 한 날은 눈이 더 충혈되기도 했다. 그 후로는 짝눈인 각 눈을 시험하지 않았다.
책에서 말하듯이 드라마틱한 시력향상은 없지만, 그래도 안 한 것보다는 측정할 수 없는 정도라도 분명히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가끔은 책을 꺼내볼 것이다. 노안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달 정도 투자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노안이 왔다는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눈앞이 항상 침침했다는 그녀는 불과 며칠 만에 세상이 또렷해졌다며 대만족을 표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수없이 추천했다고. 노안인 엄마도 책을 보면 좋을 텐데,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