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좋지 않아 들여다보지 않았던 건지,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거울을 볼 때,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데가 결막이다. 둘 다 좋은 시력은 아니지만, 왼쪽보다 떨어지는 오른쪽은 연중 내내 옅은 충혈이 계속된다. 짐작해 보건데, 왼쪽만큼 보려고 애를 쓰느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결막이 빨간색으로 뒤덮인 날은 주로 긴 외출을 하고 돌아왔을 때다. 공기의 질을 알 수 없는 건조한 실내와 바람이 부는 바깥 활동 후에는 정말 미안해진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 깨끗하고 맑은 흰색 몸뚱어리를 가질 수 없는 두 눈에게. 시작은 역시 라식이었다. 안구 건조란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가르쳐 준 시력교정술. 몇 개월 후면 완화된다고 들었었지만, 괴로움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일종의 불치병이라 해야 할까. 여름이면 냉방에, 겨울이면 난방에 건조해진 실내를 견뎌야 하는 것도 결막의 몫이다. 시시각각 변화는 환경에 대응해야 할 두 눈의 든든한 보호자를 잃어버린 느낌. 나는 두 눈을 지켜줄 '눈물'이라는 보호자 없이 집을 나선다. 눈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바람도 불지 않고, 적정 습도가 유지되는 집 안뿐이다.
결막을 들여다보며 핏발이 옅은 날은 안도를 하고, 흰색이 붉은색으로 뒤덮인 날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처음 보는 빨강이 아닌데도 참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그러고는 어서 쉬게 해 줘야지, 눈찜질을 해야지, 인공눈물을 넣어야지, 빨리 자야지 하고 부산스레 움직인다. '고마워, 오늘도 애 많이 썼어... 부디 내일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