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고작 하루 몇십 분 발끝을 마주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끝 치기를 권장하는 할아버지가 말하길 어떤 질병을 고치는 게 목적이라면 몇 만 번은 쳐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상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건식 반신욕기를 마련해서 매일 해보겠다는 심산으로 하나를 골라 두었다. (습식을 매일 하는 것은 편의성 측면에서 도저히 무리다.)
사용자 후기를 보니 다들 TV를 보면서 많이 한다기에 거실에 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그럼 뭔가를 치우고 대신 놓아야겠는데, 함께 쓰는 공간이라 동거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조금은 예상했지만, 엄마는 둘 곳이 없다며 즉각 반대했다. 무엇보다 건식 반신욕기라는 낯선 문물에 대해서도 강한 의심을 보였다.
'크다, 효과가 있겠냐, 비싸다'라는 세 가지 이유. 효과는 덜해도, 작고 덜 비싸면 되는 건가. 그렇게 나 자신과 타협한 결과는 족욕기였다. 하지만 엄마의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분명 헛돈을 쓰는 거라고 찡그리듯 웃으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저리도 싫을까 싶으면서도 그나마 그 속에 웃음이 비친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정말, 혈액순환에 좋다니까요." 비문증이 낫기를 기대하며 사는 거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매일 밤, 발끝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엄마니까. 그래, 어쩌면 확신에 찬 엄마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내게는 몸을 생각해서 좋은 음식을 먹고 움직이듯, 눈을 위해서도 무언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절실할 뿐인지도.
매거진 <안구 일기>에 계속 https://brunch.co.kr/magazine/ey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