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워킹홀리데이(#브런치북_자유인간)를 떠날 때 관둔 회사는 모두 정규직이었다. 몇몇 지인들은 선뜻 회사를 관두는 내 결정이 용기 있다며 신기해하기도 했지만, 입사와 퇴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내겐 별일이 아니었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계약직이 될지, 기한 없이 일하는 정규직이 될지는 오로지 나의 선택이었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구직 중인 자유인간이든 나는 나였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든 그것은 그저 내가 선택한 결과일 뿐, 취업을 하고 계약인간이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점은 없었다.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듯, 내가 다니는 회사가 ‘나’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나’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나와 계약을 맺은 회사는 계속 바뀌었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은 것은 내 자존감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이직할 수 있다. 이것은 내 능력에 대한 과신이 아닌, 단순한 눈높이의 문제다. A가 좋다면 B라는 조건을 포기하고, C가 맘에 든다면 D라는 조건은 감내하는 것. 눈높이를 조절한다면 일할 곳은 많다.
이런 소신 때문인지 비교적 순탄한 직장생활을 해왔다. 남에게는 중요할지 모를 요건을 포기하더라도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건(#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우선으로 회사를 선택했다. 앞으로도 계약인간으로서의 소임은 다하되, 회사가 내 삶에 무척이나 중요하다거나 나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