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이름을 부르지 않는 문화에서는 나이가 차이 나면 친구가 되기 어렵다. 나보다 나이 든 부하 역시 꺼리게 만든다.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는다는 건 계약직으로 입사하기도 정규직으로 이직하기도 점차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한국 노동 시장은 나이 든 신규 입사자를 반기는 문화가 아니므로.
더 이상의 계약직 문턱을 넘지 않고, 정규직을 고려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이 때문이었다. 이제는 젊은이들로 꽉 들어찬 계약직, 더 늦어진다면 정규직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의구심. 한국 기업 안에서의 나이는 계약인간으로서 나름 소신껏 살고 있는 내게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나름 소신껏 살고 있는 내게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정규직이던 세 번째 회사에서 사원 면접을 진행한 후의 일이다. “이 사람은 나이가 너무 많지 않아?” 30대 사장님이 말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인건지, 그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나보다 나이 많은 직원이 좋지는 않다고 동조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리킨 사람의 나이는 고작 서른하나였다. 돌이켜 보면, 당시 우리 회사는 정말로 젊은 조직이었다.
지금도 취업에 대한 기본적 관점(#회사와 나)에는 변함이 없다.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몇 가지 조건을 포기한다면 일할 기회는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닌,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해 나가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