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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계약인간 29화

무언의 아침 식사

by 소소산

회사가 멀수록 일찍 출근했다. 5시 50분에 기상해서 6시 30분이 되기 전에는 버스를 탔다. 이왕 빨리 가는 거, 조조할인이라도 받자는 마음에 정한 시간이었다. 회사에 가는 집 앞 버스는 단 한 대. 갈아타야 하는 지하철보다는 차가 막히긴 해도 처음부터 앉아서 한방에 가는 쪽을 택했다.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초반 대. (퇴근길 이용하는 지하철로는 한 시간 거리지만, 그간 다닌 회사 중에서는 먼 축이었다.)


회사에 도착하면 으레 한 명의 동료가 있었다. 그녀의 자리는 내 책상의 바로 맞은편. 같은 공간에는 대략 30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사람은 매일 그였다. 우리는 쭉 이어진 파티션에 가로막혀 있었지만 아침의 정적 속에서 서로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의 정적 속에서 서로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침으로 싸 온 간단한 간식을 종종 그에게 건넸다. 아침을 시작하는 우리의 루틴처럼 그는 그때마다 씩 웃으며 미소로 받아주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의 ‘아침’ 접선 외에, 퇴근을 할 때까지 우리 사이에는 어떠한 접점도 없었다. 아침마다 조곤조곤 몇 분이라도 수다를 떤다거나 하는 일로 쌓아온 각별한 친분 또한 없었다. 그저 우린 우물우물 음식을 먹으며 각자의 아침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의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백분의 출근길 끝에 제일 처음 마주했던 그. 나의 눈길이 내 책상 위의 무엇인가에 머물자, 그가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우유 하나와 빵 한 봉지였다. 우리만 아는 우리의 접점, 우리의 시간, 하루를 준비하는 무언의 동질감. 나는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넨 그 ‘아침’이 정말 정말로 마음에 쏙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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