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멀수록 일찍 출근했다. 5시 50분에 기상해서 6시 30분이 되기 전에는 버스를 탔다. 이왕 빨리 가는 거, 조조할인이라도 받자는 마음에 정한 시간이었다. 회사에 가는 집 앞 버스는 단 한 대. 갈아타야 하는 지하철보다는 차가 막히긴 해도 처음부터 앉아서 한방에 가는 쪽을 택했다.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초반 대. (퇴근길 이용하는 지하철로는 한 시간 거리지만, 그간 다닌 회사 중에서는 먼 축이었다.)
회사에 도착하면 으레 한 명의 동료가 있었다. 그녀의 자리는 내 책상의 바로 맞은편. 같은 공간에는 대략 30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사람은 매일 그였다. 우리는 쭉 이어진 파티션에 가로막혀 있었지만 아침의 정적 속에서 서로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의 정적 속에서 서로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침으로 싸 온 간단한 간식을 종종 그에게 건넸다. 아침을 시작하는 우리의 루틴처럼 그는 그때마다 씩 웃으며 미소로 받아주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의 ‘아침’ 접선 외에, 퇴근을 할 때까지 우리 사이에는 어떠한 접점도 없었다. 아침마다 조곤조곤 몇 분이라도 수다를 떤다거나 하는 일로 쌓아온 각별한 친분 또한 없었다. 그저 우린 우물우물 음식을 먹으며 각자의 아침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의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백분의 출근길 끝에 제일 처음 마주했던 그. 나의 눈길이 내 책상 위의 무엇인가에 머물자, 그가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책상 위에 놓인 것은 우유 하나와 빵 한 봉지였다. 우리만 아는 우리의 접점, 우리의 시간, 하루를 준비하는 무언의 동질감. 나는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넨 그 ‘아침’이 정말 정말로 마음에 쏙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