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계약인간 01화

태어난 시간을 기입하세요.

by 소소산

소문인지 사실인지 어떤 기업에서는 면접자로 관상가가 들어와 지원자의 얼굴을 살핀다고 들은 적이 있다. 문득 흘려들었던 이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한 회사의 면접 대기실에서였다. 그곳은 국내에서는 가장 멀리 면접을 보러 갔던 곳이었다.


채용 담당자는 대기실에 면접자를 모아두고 종이를 내밀었다. 개인정보 몇몇 항목을 다시 묻는 서류였다. ‘왜 또 물을까?’ 생각하며 차례대로 빈칸을 채운 후, 가장 끝에 있는 항목에 눈길이 닿았다. 그와 동시에 양쪽으로 올라가던 나의 입 꼬리. ‘태어난 시간’이라……. 나는 질문이 신박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흔쾌히 시간을 적어 넣었다. 처음 받는 질문이었지만, 나의 역량과는 관계없는 부모나 형제의 직업을 묻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래도 최소한 '나 자신'에 관한 질문이었으니까.


그래도 최소한 ‘나 자신’에 관한 질문이었으니까.

인사권자에 따라서는 생년월일을 바탕으로 한 사주팔자가 어느 정도 고려 요인이 될 때가 있나 보다. 두 번째 회사를 관두며 후임을 뽑을 때는 최종 채용 후보자 두 명의 생년월일을 직속상사가 내게 따로 물었었다. 당신과 업무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을 고르는 데 참고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사주도 스펙이 되는 건가? 더 좋은 사주를 갖겠다고 다시 태어날 수는 없는 노릇인데.




*** 이곳은 직전 회사보다 낮은 연봉을 제시했고 협상은 없었다. 대부분의 회사는 채용이 결정될 때까지 연봉을 알 수 없다. (#묻지 마, 연봉) 만약 대략의 연봉 구간이라도 알았더라면 응하지 않았을 면접도 많았다. 마지막 채용 직전 단계에서 연봉을 들을 때마다 매번 아쉬운 부분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