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에 연봉 정보를 기입해 놓은 회사는 많지 않다. 중견 기업 이상이라면 인터넷에서 유사 통계라도 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채용 통보 단계에서 알게 된다. 어떤 곳은 면접 직전, 대기실에 지원자를 떼로 모아 놓고 연봉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차라리 면접 후에 알게 된 것보다는 나았다. 그 자리에서 면접을 포기할 수라도 있었으니.
가장 희한했던 회사는 채용을 통보하면서도 정확한 연봉을 알려주지 않던 회사였다. 회사 자체 시스템 내에 따로 지원서를 제출할 때, 모든 증빙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연봉을 뭉뚱그려 말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우선 급여 받을 통장 사본과 증빙 서류 원본을 모두 제출하라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정확한 연봉을 듣기 위해서는 최종 서류 원본을 제출해야만 했다. 최종 서류는 연봉 협의 후, 그 회사를 다니기로 결심했을 때 내는 건데 말이다.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경력증명서, 관련 자격증까지 모두 지원서 파일로 확인할 수 있는데도 왜 정확한 연봉을 알려주지 못하는 건지……. 이건 알려주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알려주지 않는 거 아닌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너는 연봉을 몰라도 출근이나 하라는 건가.
나는 정말 황당한 마음으로 입사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인사팀에서 소식을 전했는지 면접관에게서 설득 전화가 왔다. 자초지종을 들은 면접관은 미안해하는 말투로 “대충 이 정도일 텐데.” 하고 말끝을 흐렸다. 당연히 면접관의 대충이라는 말을 믿고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