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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48번의 일요일
2024.12.08.
마흔다섯 번째 일요일,
반납함.
오늘은 처음으로 도서관 입구에 설치된 무인반납함 내부를 보게 됐다.
우체통 같은 그 함이 늘 궁금했는데,
책을 아무리 조심히 넣어도 바닥까지 떨어지는 동안 펼쳐져 구겨지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함에 들어간 책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내부에 책이 늘 많이 쌓여있는 걸까 궁금했다.
마침내 오늘 반납함을 열어보고 비밀을 알게 됐다.
반납함 내부에는 두꺼운 스티로폼 소재로 된 이동식 바닥이 있었고,
이 바닥판은 책의 무게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우체통처럼 차가운 철제 외관을 가졌지만,
내부는 책이 포근하게 놓일 수 있는 스티로폼 바닥이 입구까지 올라와 반갑게 책을 맞이하고 있었다.
책이 쌓일수록 그 무게만큼 스티로폼 바닥이 아래로 밀려서
먼저 들어온 책은 새로운 책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호기심 해결과 함께, 이런 속사정을 알게 된 게 괜히 기뻤다.
근로학생이 없어 무인반납함 내부를 직접 볼 수 있었고,
이용자는 적당히 많아 편안한 하루가 지났다.